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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토목 설계

[31] Civil Engineering

by oksk
여느 건설 현장과 마찬가지로 플랜트 현장 역시 땅을 파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토목이라면, 일반인들에게는 도로나 다리 혹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것부터 연상되는데, 플랜트 토목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땅을 파고, 지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파일을 박고, 구조물을 위해 기초를 놓고, 마지막으로 사람과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이 토목입니다. 모두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이번에는 Oil & Gas Plant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토목설계(Civil Engineering)와 구조설계(Steel Structural Engineering)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토목설계 (Civil Engineering)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토목설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위키백과에 등록된 설명입니다.

“토목공학(土木工學, Civil Engineering)은 인류 문명 발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연 및 사회의 각종 재해와 공해로부터 인류를 보전하며, 국토 환경을 물리적으로 개조하여 인간의 생활에 더 쾌적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연구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하고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현실화하여 인간 생활의 기반을 구축하고, 인류의 문명을 실현하여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다.”



이번에는 토목공학을 설명하는 책이면 쉽게 볼 수 있는 설명입니다.


“토목공학(Civil Engineering)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기원을 같이 하고 있다. 토목공학은 유사 이래로 인류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으며 영문명인 Civil Engineering(시민 공학)은 Military Engineering(군사공학)과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과거 민간인을 위한 공학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학으로 구분한 데서 유래되었다.”라고 되어 있다. Military Engineering(군사공학)은 과거에 전쟁이 발생하면 도로와 교량을 건설하여 군수물자를 신속히 수송하기 위한 개념이며, Civil은 ‘시민의, 국가의, 문명의’라는 의미이고 Civil Engineering은 인류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공학이라는 의미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매우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영어로 ‘Civil’은 ‘시민의’ 또는 ‘민간의’의 의미가 있는 단어인데, 왜 우리나라에서 토목(土木)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역시 위키 백과에 올려진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산업화에 따라 학문을 받아들이면서 사용재료가 주로 흙과 돌, 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토목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의 토목재료는 강철, 신소재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다양해졌으므로, 원래의 취지에 맞는 시민 공학 또는 사회기반 공학 등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학문적으로 거의 동일하지만,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공학은 일본의 경우와 같이 토목공학과 구분하여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의 토목공학과는 1939년 한양대학교의 전신인 동아공과학원에서 최초로 개설되었다.”


사실은, 저도 이 글을 쓰면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알게 된 내용입니다. 토목을 전공하지 않아 잘 모르던 것이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토목공학과’라는 전통적인 학과명을 사용하는 대신 ‘환경’을 포함하여 ‘지구환경공학’이나 ‘건설환경공학부’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지금까지 토목설계의 정의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플랜트 토목과 일반 토목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적인 토목이라면, 도로, 터널, 철도, 교량, 방파제, 방조제, 공항 등은 물론 댐과 발전소, 해상 교량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건설공사를 통칭하는 의미로 범위가 매우 넓으며, 도로공학, 철도공학 등 각각의 건설공사를 하나의 공학으로 다룰 정도로 학문적으로도 매우 넓고 깊습니다. 이에 반해, 플랜트에서 말하는 토목은 플랜트 부지 즉, 땅을 정리하여 길을 내고 각종 구조물의 기초(Foundation)를 놓는 정도의 업무, 즉 플랜트 공사에서 ‘땅’과 관련된 가장 기초적인 부분만 담당하기에 EPC 프로젝트에서 토목이 갖는 의미는 비교적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통적인 토목 입장에서 보면 학과의 일부인 ‘지반 공학’이 주로 적용된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참고할 것은, 토목은 육상과 해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토목 업무 중에서 항구의 접안시설(Jetty), 방파제(Breakwater) 등 바다와 접한 공사를 따로 구분하여 해상토목이라고 하며, 나머지는 육상토목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같은 토목이라고 해도 육상보다는 바다의 환경에 따라 사용되는 투입되는 장비가 결정되는 등 작업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기에 여기서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개념은 이 정도만 하고 이제 EPC 프로젝트에서 플랜트 토목설계가 수행하는 실제 업무를 살펴보겠습니다.


1. Engineering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수행하는 토목설계의 업무는 크게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는데, 주요 업무 위주로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대부분 제목만 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1) 지질 조사 (Topographical Survey & Soil Investigation)

플랜트 설비가 자리, 즉 땅(흙)의 상태를 측량, 조사하는 것으로 토목설계의 기본 Data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질 조사에는 전문적인 장비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EPC 프로젝트는 직접 조사보다는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필요한 정보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Pile Design

지반을 보강하게 하기 위한 Pile의 종류, 크기(직경, 길이) 등을 설계합니다.

3) 도로 및 포장설계

플랜트의 도로(Road)와 포장(Paving) 또한 토목설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며, 도로에 설치되는 제한 속도 표시나 위험 표시 등 각종 표지판도 포함합니다.


4) 우-배수(Storm Water Drainage) 및 오수(Oily Water) System

빗물이나 오염된 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오염된 물을 방치하면 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처리시설로 보내어 일정한 조치를 한 후 처리해야 하므로, 플랜트 곳곳에 작은 크고 작은 웅덩이(Pit)를 만들어 빗물 혹은 기름에 오염된 물을 모아서 처리시설로 보내는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이 배관은 전부 지하(Underground)에 매설되며, 지상(Aboveground)과 연결되는 경우 연결지점을 기준으로 지상은 배관 그리고 지하는 토목의 역무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 주요 도면 (Drawing)

위에서 설명한 계산 등 설계 결과를 도면으로 작성하는데, 토목 특성상 플랜트 전체에 걸쳐있기에 Layout Drawing이 많은데 예를 들면, Pile Layout, Foundation Layout 그리고 Drainage System Layout 등입니다.

그리고, 토목에서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지중(Underground) 설계입니다. 즉 땅속에 기초(Foundation)는 물론 각종 배관, 전계장 Cable Trench 등 수많은 구조물과 설비들이 매우 복잡하게 설치됩니다. 따라서 각각의 구조물과 설비가 간섭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땅속에 설치되는 모든 구조물의 위치와 배관 등이 지나는 길을 하나로 묶은 도면을 Underground Composite Drawing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도면으로 표시하는 작업이 아주 어려웠으나 요즘에는 CAD가 발달하여, 각 공종에서 자신들의 도면을 작성하면 CAD에서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가 있어 비교적 쉽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6) Isometric Drawing(ISO)

토목에서도 ISO Drawing을 작성합니다. 앞서 설명한 오수(Oily water)나 우수(Storm Water)는 Oil이나 Gas 등 프로세스 유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관이 아닌 토목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 배관에서 작성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7) 3D Modeling

토목설계도 3D를 이용해서 도면을 작성합니다. 기초를 포함한 각 구조물과 오수나 우수 배관 라인도 모두 3D Modeling 하여 간섭이나 중복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관에 비하면 활용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유는, 주로 땅과 관련된 업무다 보니 Layout이나 Foundation Plan 등 몇 종류 외에는 3D Model에서 추출할 도면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도면은 여전히 AutoCAD를 사용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전체적인 관리를 위해 3D Modeling에 최대한 많은 Data를 입력하는 회사도 있지만, 아직은 효율성이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8) Tie-in

토목 역시 배관과 마찬가지로 만일 기존 설비(Brown Field)가 있는 플랜트라면 Tie-in 업무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 플랜트와의 경계 구분이나 배관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설치하는 배관과 기존에 설치된 관을 연결하는 지점을 Tie-in Point라고 하는데, 이는 반드시 프로젝트 초기부터 위치를 받아서 설계에 반영해야 합니다.

물론 전계장의 Cable도 연결되기는 하지만 Cable은 비교적 쉽게 위치를 변경할 수 있지만, 배관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항상 배관에서 Tie-in list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9) Fence & Gate Layout

이외에도 플랜트의 경계에 따라 울타리(Fence)와 출입문(Gate)의 설계도 토목에서 담당합니다.


토목설계는 다른 공종과 업무 내용이 달라서 주요 업무 위주로 설명하였습니다. 이 정도만 살펴보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 Procurement Engineering


토목설계에서 다루는 자재는 Pile, Underground Pipe 등이 주요 자재라고 할 수 있는데, 기계 장비가 아닌 Bulk 자재로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땅을 팔 때 주변이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로 보강이나 기초(Foundation) 시공을 위한 거푸집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철판이나 형강 등 원자재를 구매하는데, 이런 자재를 가설재(假設材, Temporary Resources)라고 합니다. 이 자재들은 말 그대로 공사를 마치면 철거하기 때문에 임시(Temporary Material)로 사용하는 자재들이지만 물량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가설재의 물량 산출(BOM, Bill of Material)과 구매 또한 토목설계의 주요한 업무 중의 하나입니다.


토목설계에서 관리하는 자재의 구매 업무도 앞서 설명한 기계 장비 구매업무와 다르지 않습니다. 구매업무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글(여기)이 있으므로 여기서 다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혹은 저의 저서 Oil & Gas, EPC Project Engineering Management Guide Book(2018. 부크크)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토목에서는 자체의 Vendor Data보다는 기계 등 타 공종에서 제공하는 Vendor Data를 받는데, Vendor에서 제공하는 도면은 각종 장비의 기초 도면으로, 장비의 사이즈나 연결부 Bolt 위치 및 크기 등으로 장비가 놓일 기초(Foundation) 설계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기초설계는 토목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하지만 장비 Vendor가 Data를 제공하는 시점은 장비의 설계가 마친 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두 일정이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 보니 양쪽 엔지니어 간에 약간씩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토목설계 역시 기계 등 다른 엔지니어와 협업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3. Construction & Commissioning Engineering


토목설계 역시 시공 업무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토목은 곧 시공을 연상할 정도로 시공의 역할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목은 장비가 매우 중요한데, 땅에 파일을 박는 일이나 땅을 파서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기초를 만드는 일, 무거운 돌을 옮기는 일, 파이프들을 설치하는 등이 모두 장비를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목 시공을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초를 만들기 위한 철근 작업이나 땅을 고르는 일 등 장비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현장 시공에 착수하기 전에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현장 사무실과 직원의 숙소 등 인프라 설비인데, 이 또한 토목에서 처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기부터 토목 업무가 시작되기에 엔지니어 또한 가장 먼저 현장으로 파견을 나가게 됩니다. 대신, 토목은 시운전 업무가 없고, 시공 업무도 가장 먼저 마무리되기에 현장에서도 다른 공종보다 먼저 철수하는 편입니다.




지금까지 토목설계에서 하는 일을 살펴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플랜트가 완성되고 나면 토목에서 한 일은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 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토목은 모두 남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러남 없이 묵묵히 수고하는 토목 엔지니어께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EPC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은 하나하나가 대학에서 전공으로 배우고도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하는 전문 분야입니다. 따라서 한 개인이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전문 지식은 독자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도 어느 정도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공종별로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 개략적으로 정리합니다. 이 분야에서 현업을 하는 분께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겠지만, 한편으로 다른 공종의 업무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글입니다.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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