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4부] 01. Procurement Engineering
Detail Engineering 단계에서 각종 기자재 발주를 위해 엔지니어링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Procurement Engineering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공식 용어라기보다는 엔지니어들 간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기본적으로 Procurement는 구매를 담당하는 팀에서 수행하지만, 엔지니어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도 Procurement 업무의 개요 정도는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Procurement를 우리말로 구매 또는 조달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사용되는 의미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Procurement를 사용합니다.
Procurement
Procurement는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모든 기자재의 발주를 시작으로, 계약 후 제작업체의 제작 및 납기 그리고 물류(Logistic)를 통합 관리하는 업무로 엔지니어링과 더불어 EPC의 ‘P’를 구성하는 매우 큰 영역이며 단계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입니다. 따라서 Oil Major는 대부분 엔지니어링팀과 마찬가지로 Procurement를 전담하는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Procurement Manager(PPM, Project Procurement Manager)를 선임하여 프로젝트 초기부터 업무를 관장하도록 합니다.
자재 없이는 시공(Construction)할 수 없기 때문에 시공 일정에 맞추어 자재를 적기에 투입하는 것이 Engineering과 더불어 Procurement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Engineering과 Procurement 조직 간의 긴밀한 협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Procurement 업무를 이해하는 것이 엔지니어들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Procurement 업무 중에서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주요 내용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구매 업무는 크게 4단계로 진행합니다.
계약 이전
1) 기자재의 사양서(Specification)를 작성, Bidder에 견적 의뢰한 후
2) Bidder로부터 견적(Quotation)을 받은 후
3) 내부 검토(TBE, Technical Bid Evaluation) 및 협의(Clarification)
4) 계약(PO, Purchase Order)
계약 이후
1) Vendor 설계 (Vendor Data)
2) 제작, 검사 및 시운전
3) 운송
4) 입고
여기서, 사양서(Specification) 작성과 Bidder가 제출한 견적서 검토를 엔지니어링에서 수행하는데, 이 업무를 Procurement Engineering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계약 이후 업체 제작 및 납기관리, 그리고 물류 등 크게 3가지 업무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이 과정은 모두 Procurement 팀에서 관리하고 엔지니어링에서는 업체의 설계 즉, Vendor Data 관리업무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엔지니어링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계약 이전과 이후 Vendor Data 관리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 이전
1) MR (Material Requisition)
간단히 구매 사양서라고 하며 기자재에 요구되는 모든 기술 조건 등이 명시된 문서로 엔지니어가 작성합니다.
2) RFQ (Requisition for Quotation)
엔지니어가 작성한 MR에 구매에서 계약 조건(Terms and Conditions) 등 을 추가하여 하나의 문서로 만드는데 이 문서를 RFQ라고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RFQ를 관련 제작업체(Bidder)로 통보하여 견적을 요청합니다.
업무 효율을 위해 통상 4~5개 업체에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자재의 특성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더 많게 혹은 더 적게 통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pproved Vendor List (AVL) or Master Vendor List(MVL)
여기서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EPC Project의 특성 중 하나가 발주처에서 기자재 공급업체를 별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에 납품할 수 있는 업체를 지정하고 리스트를 제공하는데 이것을 Approved Vendor List(AVL) 또는 Master Vendor List(MVL)라고 합니다. Contractor는 특별한 사유와 발주처의 승인이 없는 한, 이 List에 등록된 업체에서 모든 기자재를 구매해야만 합니다. 만일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구매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는데,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Contractor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는 자신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제작회사의 능력, 품질, 운전 중 문제점, 사후 지원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검증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취지나 이로 인해 Contractor가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많습니다. 구매처 제한으로 인한 가격 상승, 업체의 비협조, 빈번한 납기 연장 그리고 과도한 추가 금액 요구 등 수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장비의 국산화 등 국내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될 수 있는 대로 국산 장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업체가 AVL에 등록되지 않으면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어려움을 당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매니저는 프로젝트 초기에 AVL을 확인하여 문제점들을 미리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서 매니저란 Engineering Manager뿐 아니라 Project Manager, Procurement Manager를 포함하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업체가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납품 실적, 생산 능력이나 품질 등 기술적인 사항뿐 아니라 재정(Financial) 상태 등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PM과 PPM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가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어려움을 당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3) Bidder Quotation (or Proposal)
RFQ를 기초로 각 업체(Bidder)에서 제출하는 견적서를 말하며, 기술 조건에 대한 준수 여부와 함께 금액을 포함합니다.
4) Bid Evaluation (Technical/Commercial Bid Evaluation)
각 업체에서 제출한 Quotation을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통상 기술 조건과 금액을 나누어 검토하는데, 기술 사항들을 검토하는 과정을 TBE(Technical Bid Evaluation)라고 하며, 기술 조건 이외, 즉 계약 조건과 금액 등을 검토하는 것을 CBE(Commercial Bid Evaluation)라고 합니다. 이렇게 각각 분리하여 검토하는 이유는, 엔지니어가 견적금액을 알고 기술 검토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금액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게 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공정하게 검토하기 위함입니다.
TBE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은 Quotation을 제출한 업체들과 빈번하게 교신을 하게 되는데, 시간 절약을 위해 직접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Technical Clarification Meeting이라고 합니다.
엔지니어는 최종 검토 결과를 Report로 제출합니다. Report에는 프로젝트 요구사항에 대해 업체별로 수행 가능한지, 일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내용과 업체별 비교표가 포함됩니다.
5) Vendor Selection/Pre-Award
기술 검토가 완료된 TBE Report를 바탕으로 구매 담당 엔지니어가 검토한 계약 조건과 금액 등을 가지고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여 마지막 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선정된 업체를 Selected Vendor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항이 완벽히 정리되어 깔끔하게 계약을 하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제로는 이후에도 많은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Bidder에게 Vendor로 선정되었음을 우선 통보(Pre-award)하고 정식 계약(PO, Purchase Order) 전까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짧거나 부족한 경우 정식 계약(PO) 이전이라도 Vendor가 업무를 착수할 수 있도록 우선 통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LOI(Letter of Intent)라고 합니다.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근거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급한 업무를 먼저 진행할 수 있습니다.
6) PR (Purchase Requisition)
최종 계약을 위해 작성하는 구매사양서이며 PS(Purchase Specification)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MR이 프로젝트의 기본 요구 사항이라면, PR은 TBE 도중에 발생하는 변경사항(발주처 요구 또는 제작업체 사정에 따라) 등을 반영하여 계약서에 첨부되는 최종 구매사양서이며, 업체에서는 이 문서에 따라 제작 및 납품을 하게 됩니다. 통상 PR이 작성되면 MR과 TBE Report는 더 이상 프로젝트 문서로서의 효력을 잃고 PR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7) PO (Purchase Order)
말 그대로 업체와의 최종 계약입니다. 앞서 작성된 PR에 Terms and Conditions 그리고 납기 일자 등의 계약조건 등을 구매에서 추가하여 하나의 문서로 만들면 최종 계약문서로 효력을 갖게 됩니다.
2. Vendor Data
Vendor에서 장비 제작을 위한 설계 과정을 Vendor Design이라고 합니다.
모든 EPC 프로젝트는 Vendor에서 작성하는 주요 도면과 문서도 반드시 발주처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도록 합니다. 또한, Vendor Design의 적정성과 Design 결과의 일부가 엔지니어링 Data로 제공되기 때문에 엔지니어의 기술 검토 또한 필수입니다.
참고로 주요 장비의 경우, Vendor로부터 Data를 접수(Receive), 검토(Review), 관련 공종 검토(Squad check), 발주처 제출(Submission), Vendor 회신(Return) 등 Vendor Data 관리에 투입되는 시간이 엔지니어 업무의 5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Vendor에서 제출하는 문서의 품질과 제출 기한 준수는 엔지니어링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면 대부분의 Vendor 설계나 제작 일정이 계획 대비 지연됩니다. 발주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관리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고로 필자가 수행한 프로젝트에서는 Vendor Data를 받아 검토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 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을 만들고 세계 지역별로 나누어 Vendor Shop을 방문하여 현지에서 직접 문서를 접수하여 승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대부분 프로젝트마다 이렇게 해야 할 정도로 Vendor Data 관리업무는 매우 어려운 업무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Procurement 업무는 자재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지금까지 엔지니어링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만 살펴보았지만, Procurement 업무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해하는 것만큼 협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Procurement 조직의 역무와 책임(Role & Responsibility) 그리고 수행 전략(Strategy)이 정리된 자료가 있어 소개합니다. (의미 전달을 위해 영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Role & Responsibility
- RFQ Issue and Quotation Receive
- Commercial Bid Evaluation
- Placing Purchase Order
- Delivery Expediting
- Shipping Arrangement
- Inspection
- Receiving Inspection
- Storage & Preservation
Strategy
- Mobilize a dedicated procurement team from BIDDING stage
- Mobilization of Specialized Expediters
- Timely delivery of engineering deliverables for procurement that are error free
- Procurement of all equipment and materials on schedule
- Timely delivery of Bulk materials to meet requirements of the Construction schedule
and the required quality standards.
- Material and equipment available on hand when and where required
이 것이 Procurement 업무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EPC 업체들의 조직을 보면, EPC Project의 Procurement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대부분 구매부서로 독립되어 프로젝트 조직과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돈’을 만지는 특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조직에 포함되어 운영하는 것과 별도로 운영되는 것 중 어느 조직이 과연 프로젝트 수행에 유리한 조직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조직이 다르면 프로젝트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성의 중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면 현 조직으로라도 제 역무를 다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프로젝트는 조직이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또한 경영자의 몫이겠지요.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