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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이 적게 들고 작은 평수에서도 엄청난 개체수를 키우는 게 가능하며,
가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물 소비량이 적은 식용곤충은 대표적인 미래 식량으로 거론되고 있다.
많은 양의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및 미네랄 성분을 경제적 환경적 이점과 함께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13년부터 UN식량농업기구는 식용곤충을 다가올 식량난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지정하고 있다.
인구증가에 따른 육류 수요 급증이 자원을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으며, 지금의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인류는 머지않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단백질 영양결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UN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식용곤충은 소고기 등 일반 육류 식품보다 단백질 함량이 최대 77% 높은 반면,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6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축에서 곤충으로 소비를 대체해야 하는 가장 큰 환경적 이유이다.
그러나 식재료로 일반 육류가 아닌 곤충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왜인지 모를, 아니 사실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유를 알 수 있는 거부감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발동하기 때문이다.
진열된 가축의 붉은색 살은 익숙하나, 식용곤충은 그렇지가 않으니.
다행스럽게도 최근 미국 식품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곤충 단백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행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용곤충 시장은 2028년까지 매해 무려 27.4%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지구 환경에 고무적이다.
솔직하게 이것이 지구에만 좋았다면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한 수용성이 지금보다 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용곤충을 섭취하는 것은 내 몸에도 이로웠기에, 나는 비교적 빠르게 이를 받아들였다.
식용곤충은 기존 육류에 비해 더 많은 고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70%-90% 소화 가능한 이상적인 수준의 필수 아미노산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아르기닌을 함유해 심장 및 혈관 상태에도 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고.
이와 같은 장점에 주목해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식용 곤충 환자식을 제공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환자식으로 식용곤충이 제공되었을 때 환자들의 치료회복과 예후에 중요한 제지방량과 근육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고소애'. 즉 '갈색거저리'가 항암 치료 중인 암 환자들의 단백질 수치를 20% 높이며, 항암치료 부작용을 10% 줄여준다고 발표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식용곤충 중 요리에 쓰이기 가장 적합한 상품은 분말형태의 '거저리 분말'이다.
도시락에는 육류에서 제공받는 단백질 대체제로 이것을 사용했다.
거저리 분말은 약간 고소한 맛이 나며, 특별한 향은 나지 않기에 어떤 요리에 넣어도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아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내 입에 귀뚜라미나 메뚜기 같은 벌레를 집어넣는 일은 나 역시도 할 수 없다.
지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해도, 내가 어마어마하게 건강해진다고 해도 그건 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첨가물을 넣는 정도의 동참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다.
애리조나 대학의 곤충학 교수는 곤충이 육류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섭취하는 스테이크의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 레시피를 보고 식용곤충 시장에 소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식용곤충의 소비는 결국 그 시장 자체를 크게 만들고, 그 시장의 확대는 종국에 가축 단백질 시장의 크기를 줄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