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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29. 2022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방법

[만일]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 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_루디야드 키플링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이라는 문장이 좋아서 이 시를 적어두었다.

마지막 문장이 반전이다.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모든 것을 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라니.

너무 어려운걸..?


저 기준에서는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대부분이 어른이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살면서 너무 자주 잃은 것들에 대해 침묵할 줄 모르는 사람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나 때는 말이야~’를 잃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라떼의 뜻이 하나 더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지나온 것에 대해, 잃은 젊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이들로 넘쳐나는, 어른 없는 아니 적은 세상이다.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이라는 구절 역시 인상적이었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해봤다.

언론과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상식을 잃고 사는 사람이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부를 축척할 수 있었는지를 종종 목격한다.

그럴 때마다 주지 않은 기회를 혼자 받았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저렇게 살면 저만큼의 부를 누리며 살 수 있다고 하며 그런 기회를 준다면 나는 과연 저러기를 택할까.

아니라고 확언하기가 어려웠다.

아니라고 해도 그건 그럴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지금의 나 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답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막상 정말 그 기회가 내 손에 들려있고, 나 한 명 비양심적 삶을 택하면 내 주변 모두를 적어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만큼은 도와주며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나도 저들과 다를 게 없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그런데 내 결론은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대답일 뿐이라고, 그런 기회를 가져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 비난받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오늘의 나는 도저히 양심과 돈을 맞바꾸고는, 그러니까 언론에 나오는 저들처럼은 살 수 없겠다는 결론을 냈다.

비양심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적성이나 천성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를 만큼.

내가 양심적인 사람 이어서라기 보단, 양심을 저버리고 살면 삶의 끝에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도 아니 사는 동안에도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불안해서 더 모으고 가지고, 싸우고 이기는 행동을 반복하겠지만 그 모든 행동이 결국 버려버린 양심을 줍지 않는 한 불행으로 이끄리라고 말이다.


이 시는 여전히 내가 어른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나아갈 길이 아주 많이 남아있음이 오히려 좋다.

계속 진짜 어른의 길로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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