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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Nov 09. 2022

가장 힘든 순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

이따금 두 번 다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잘 지내다가도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 든다.

살면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그 순간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절대 겪고 싶지가 않아서 생각조차 쉽게 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겪을 나의 죽음보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으로 마주할 이별이 몇 배는 두려웠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봤다.

그런 상황 이후 과연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어느 책의 내용처럼, 이 모든 게 집착이며 이 모든 관계와 만남은 우연이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이겨낼 수 있을지를 말이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세상에 산다는 건 심장에 구멍을 뚫어놓은 채로 사는 거라는 글을 읽었다.

투명한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 새처럼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머리를 박고 곤두박질치게 된다는 그 책의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 눈물이 났다.

죽음을 선택할 수 없으니 살기야 하겠지만, 너무 큰 그리움이 남은 생을 잠식해버릴 것 같다.

이겨내는 대신 밀려드는 그리움에 잠겨 나도 그냥 사라져 버리기를 바라게 될 것도 같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내가 기억해야 하는 걸 잊을까 봐,  그래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선택을 고려하게 될까 봐 이곳에 적어놓기로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니 정확히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그런 순간을 마주하고도 나는 여전히 아주 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씩씩하고 굳건한 모습이어야 한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내가 받은 사랑들이 얼마나 큰 것들이었는지 곱씹고 기억해야 한다.

떠난 이들이 내게 가장 바랐을 일을 하면서 삶을 계속 살아내야 한다.

그들의 부재에도 행복해야 한다.

함께 만든 추억들이 나를 무너뜨리게 놔두는 대신 지탱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을 다해 이곳에 남긴 '나'라는 존재를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들도 내 안에서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음을 매 순간 자각해야 한다.

그래서 내게 멋대로 굴어서도, 나를 망치고 해쳐서도 안된다.

나도, 내가 하는 모든 결정들도 결코 혼자만의 것일 수 없음을 자각하며 옳은 선택들로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혼자일 수 없다.

영원히 혼자가 될 수 없다.

매 순간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행동 안에는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가르침이 아주 짙게 배어있을 테니까.


그리움에 잠식되려는 순간에 반대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내가 먼저 떠났을 때, 남은 이들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를 말이다.

그들이 마냥 힘들어하면 속상한 마음에 눈을 뗄 수 있을 리 없다. 편하게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은 사람은 아주 씩씩해야 한다.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고 예의일 테니까.


사실 모르지 않는다.

언젠가 이별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여기 적어둔 글 같은 건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네가 배웠던 현재에 대한 받아들임,

이런 걱정을 늘 안고 살았던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길 바라셨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

그리고 만약 이 세상에 없는 게 나였다면 하는 역지사지.

이 세 가지를 떠올리며 적어도 무너져서는 안 된다.

맘껏 슬퍼해도는 되지만 아마도 그조차도 길어진다면 싫어하실 거다. 나라면 그럴 테니까.


항상 바란다.

가능한 천천히, 어쩌면 아예 없을 순간이길.

그냥 내가 먼저였으면 하는 못난 생각이 들다가도 그런 생각조차 하면 안 되는 사람인 걸 이내 자각한다. 이 생각은 나를 사랑으로 키워온 사람들에 대한 배신일 테니까.

받아온 가르침과 거대한 사랑을 거스르지 말자.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다.

옳은 결정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건강한 사람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

가장 바라실 일을 외면하지 말자.

나였어도 가장 바랬을 일이니, 그들의 진심을 못 본 척 두지 말자.


마지막으로 딱 이것들만 기억하자.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나 혼자 남겨질 수 없다는 것.

혼자인 순간 같은 건 앞으로의 내 삶에서 영원히 없을 거라는 것.

그런 사랑을 주고받았으면서 염치없이 그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는 것.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든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는 것.

덕분에 이렇게 단단한 사람으로 자랐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테니 내 걱정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며, 역지사지로 나였다면 가장 바랄 일임을,

한 번 더 목숨을 걸어야 한대도 전하고 오고 싶을 마지막 당부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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