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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Nov 10. 2022

죽음을 셀 줄 아는 것이 애도의 출발이다

일본의 영화감동 기타노 다케시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5000명이 죽으면, 한 사람이 죽은 사건 5000건이 일어난 것이고, 한 사람을 죽이면, 무수한 분인의 연결을 파괴한 연쇄살인이 된다. 그렇게 죽음을 셀 줄 아는 것이 애도의 출발이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

이 한 줄 문장에, 숫자에 묶여있기에 그들 개개인은 하나의 우주이며,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도 죽는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잃을 때 그 사람을 통해 생선 된 나의 분인까지 잃게 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터에선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사진과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있었다.

그 기사에는 '한국의 집단적 트라우마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적혀있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실로 맞는 말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사진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 또다시 느껴진다.

한 명 한 명 꿈을 가지고 자신들의 오늘을 살아낸, 소중한 가족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는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당일만큼이나 참담했고 마음 아팠다.

그들을 모르지만, 알게 되었고 기사를 보면서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동시에 분노했다.

왜 우리의 비극을 외신을 통해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위패도 영정도 없이 분산해놓은 분향소를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

국가애도기간이라고 정해놓은 그 기간만 애도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전히 나는 어떻게 하면 남은 유가족들이 그나마 괜찮아질지 방법을 모르겠어서 이 애도를 그만둘 수가 없다.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지 못해서.


희생자들의 생동감 있는 사진을 보면, 지금껏 그 뉴스를 접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 솟구친다.

주변에 너무나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은 이들이어서.

내 친구, 내 이웃 내 직장동료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평범함이어서.

그들을 숫자 안에 영원히 가둬놓는 일은 불가하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그날 그 순간을 함께했던 생존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심 어린 진정한 추모가 이 땅에서 이뤄지길 오늘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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