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너와 함께한지 4025일
너가 피아노를 처음 치기 시작했던 건 7살 무렵이었어.
아이를 키우다 보니 3가지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 그 중 하나가 악기를 하나정도는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엄마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니 엄마는 음악을 별로 안 좋아했어. 듣는 것도 즐겨하지 않았고, 피아노도 가라고 하니까 다니긴 했는데 피아노 연습을 재미있어 하지도 않고 열심히 하지도 않았어. 결국 초등학교 4,5학년 무렵에 자연스럽게 그만뒀던 것 같아.
너는 나랑은 좀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고 싫은게 없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게 해야지 생각하고, 7살 정도에 일주일에 한 번씩만 레슨을 받게 하려고 매주마다 데리고 다녔던 것 같아. 그런데 일 때문에 1년도 다니지 못하고 그만 두게 되었었지. 너는 그 당시 너무 어려서 피아노를 그냥 가지고 놀았지 악보를 보거나 이해하고 치진 않았던 것 같아. 정말 기초 수준이었거든.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고 2학년 무렵인가 너는 다시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됐어. 초등학교 때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약간 국룰 같은 거거든. 근데 이상하게 넌 피아노가 싫다고 하거나 그만 두겠다는 말을 안하더라고, 그렇게 피아노 학원을 다닌지 한 3년쯤 되었을 때 너는 체르니를 치게 되었지. 엄마는 항상 불안했어. 니가 언제 피아노를 그만 둔다고 할지도 모른다. 왜냐 엄마가 그랬었으니까. 보통 남자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면 피아노를 그만 두니까 너도 그럴지도 모른다. 늘 준비를 하자. 그래서 너에게 자주 물었지. 피아노 어때? 하고 말이야. 그런데 넌 피아노 치는 걸 재미있어 하더라고 신기했어.
그러다 4학년 때 처음으로 엄마는 너에게 피아노 대회를 나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 니가 피아노를 잘치길 바라는 것보다 그냥 완전히 외워서 한곡을 남들 앞에서 쳐 본 경험을 주고 싶었어. 왜냐하면 엄마도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대회에 한번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쳤던 곡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 유일하게 나갔던 대회고 그때 찍었던 기념 사진도 있어서 그냥 너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지.
넌 굉장히 수월하게 좋다고 이야기를 했고, 피아노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지. 대회에 나갈 만한 어려운 곡을 배우고 연습하고 하면서 너는 점점 그 곡을 잘치게 되는데 굉장히 만족하더라구. 대회도 정말 담담하게 잘했어. 워낙 원래 잘 떨지 않는 스탈이라서 연습한 대로 잘하더라고. 그렇게 너의 첫 피아노 콩쿨 참여는 마무리가 되었지.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다시 또 한 번 대회에 도전하게 되었지.
두 번의 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는 피아노 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했어. 두번 째 대회 곡을 완곡하고 첫번 째 대회보다 성장한 실력으로 마무리 한 너에게 엄마는 summer라는 곡을 니가 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고, 주환이는 그 곡을 또 연습하기 시작했지. 두번의 대회와 새로운 곡을 또 연습하면서 너는 일상에서 피아노 클래식을 듣는 것을 즐겨하는 아이가 되었지. 우리집은 이동할 때마다 니가 듣고 싶은 피아노 클래식을 듣고 또 들어야 하는 그런 집이 되었어.
클래식을 좋아하고, 음악이 나오면 제목을 기억하는 엄마는 정말 신기했어. 넌 그렇게 피아노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로 성장했어. 참 신기하고 대견해.
너라는 아이의 특성과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이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갈 좋아하는데는 수많은 우연이 필요한데... 그 우연의 길목에서 멈추지 않고 가고 있는, 어쩌면 그냥 즐기고 있는 너의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어 참 감사하다.
무언갈 꾸준히 하는 너를 보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 어쩌면 게임 할 때는 그만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피아노를 칠 때는 칭찬을 많이 해주고 멋지다고 하니까 혼나지 않은 즐기는 취미를 찾은 거 같기도 하고.... 어쨋든 피아노를 치는 아이가 된 니가 참 자랑스럽다.
너가 피아노를 어떻게 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곡들을 쳐 나가고 어떤 클래식 음악들을 사랑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악기 하나 쯤은 다룰 줄 알게 된 너의 악보가 있는 인생을 응원하고 싶어.
엄마는 지친 날 너의 피아노 소리만 들어도, 너가 건반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그런 행복을 주는 소중한 아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