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제
다른 시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많은 청년이 자살한다. 1912년에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으면서 약 1500명이 죽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을 태운 타이타닉호가 1년에 두 척 씩 가라앉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는 청년 자살자가 2000명을 넘지 않았다. 1983년에 자살한 청년은 1,795명이었고, 1988년에 자살한 청년은 1,540명이었다. 1990년대도 지금보다는 청년 자살자가 적었다. 1994년에 청년 2,007명이 자살했고, 1996년에 2,626명이 자살했다. IMF 외환위기가 한창인 1998년에 3,453명이 자살하기는 했지만, 이 때를 제외하면 8, 90년대 청년 자살자 수는 3000명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년 자살자 수가 거의 매년 3000명을 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가 된 2003년에 청년 3,184명이 자살했고, 2008년에도 3,762명이 자살했다. 정점은 2009년이었다. 그 한 해에만 무려 4,448명이 자살해서 죽었다. 이후 청년 자살자 수가 3000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자살률을 보면 실적 악화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3) 1980년대 청년 자살률은 10만 명 당 10명에서 12명 수준이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에 10만 명 당 20.4명이 자살했는데, 그 때를 포함해도 90년대의 평균 청년 자살률은 10만 명 당 13명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청년 인구는 많은데 청년 자살자는 적었고, 그래서 청년 자살률도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청년 자살률은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3년에는 10만 명 당 명이 자살했다. 청년 자살 문제가 정점에 달한 2009년에는 청년 10만 명 당 28.7명이 자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에도 22.4명이 자살했다. 평균으로 보면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청년 10만 명 당 21명 씩 매년 자살했다. 자살률만 보면, 요즘 청년은 매년 외환위기를 겪는 셈이다. 만약 90년대 청년이 타임머신을 타고 2022년으로 넘어온다면, 교통사고보다는 자살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