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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Mar 18. 2023

수영 - 엄마! 심심한데 수영 갈까요?

작년 2월 아이들은 수영을 시작했다. 주말에만 한 시간씩 사설 수영장을 다니던 아이들은 시립수영장이 문을 여는 6월 수영장을 옮겼다. 주 3회. 오전에는 내가 오후에는 아이들이 운동을 하러 수영장을 찾는다.


내가 음파음파 호흡을 배울 때 아이들은 자유형을 시작했다. 숨도 못 쉬고 킥판 놓으면 큰일 나는 줄 알던 나를 아이들은 우스워했다. 수영선배가 된 아이들에게 발차기 요령을 배우고 호흡법도 상담했다.


한참을 뒤쳐져 놀림받던 나는 주 5회로 강습을 늘리면서 아이들 진도를 바짝 따라잡았고 해가 바뀌자 드디어 역전에 성공했다. 그간의 설움을 잊고 이제 내가 아이들의 영법을 봐주고 호흡을 조언해 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한층 높은 곳에서 아이가 수영하는 것을 보면 재밌다. 특히 첫째의 영법이 그렇다. 나의 축소판인 첫째는 체형 또한 나와 같은데 그러다 보니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아이도 힘들어한다. 멀리 보니 알겠다. 선생님께서 내게 해준 조언을 아이를 보며 이해한다.


평영까지 하고 포기를 외친 둘째는 탁구를 하러 가고 첫째는 홀로 수영을 한다. 수영장이 훤히 보이는 위층 좌석에 자리 잡고 운동하는 아이를 지켜본다. 25미터 레일을 몇 바퀴씩 도는 자유형은 쉬운 시원하고 물안에서 해파리처럼 쭉쭉 나가는 평영은 고요하다. 누워 살랑살랑 떠가는 배영을 좋아하고 리듬 타며 나아가는 접영을 신나 하는 걸 보니 취향도 나와 판박이다.  


"팔이 돌아갈 만큼 몸이 뜨지 않아요" 아이는 접영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나도 겪었던 일이라 공감이 된다.

"웨이브를 길게 타고 물을 잡은 다음 출수킥을 세게 차봐." 아이에게 진지하게 상담해주다 보니 우리 사이에 연대감이 싹튼다.

스타트하다 무서워 눈을 감았더니 바닥이 코앞에 있어 놀랐다던가. 배영 하다 선을 침범하는 사람과 머리를 부딪혔다던가. 수경이 뒤집혀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던가 하는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웃는다. 그뿐이던가. 50m 한 번도 쉬지 않고 돌았던 날은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10바퀴 돌아 걸을 힘도 없다 툴툴 대면 오늘은 푹 쉬라고 배려까지 해준다.  

언니와 대화거리가 늘어가니 둘째는 질투를 한다. 오늘은 서브 칭찬을 받았다던가 백핸드가 잘됐다는 말을 하지만 탁구를 모르니 깊은 칭찬은 어렵다.




아이에게 화가 잔뜩 났을 때 숨차도록 수영을 하고 나면 마음이 진정된다. 아이도 그럴 것이다. 엄마에게 혼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수영을 하면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질지도 모른다.


취미가 같으니 좋다. 강습이 없는 주말은 아이들과 자유수영을 가며 여가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덕에 주 6회 수영한다.) 자세를 봐주고 좋아하는 영법으로 경주도 해본다. 

책과 수영.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 행복하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바라던 모습이 이거였나 보다. 누워있는 게 꼴 보기 싫어 끌고 나가는 줄 알았던 활동들은 사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부모님의 바람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도망갈 궁리에만 바빴던 어린 내 모습을 반성해 본다.





그려본다.

조용한 주말아침 제일 예쁜 수영복을 챙겨 들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우리. 이제 씻어주지 않아도 될 만큼 커버린 아이들과 샤워를 하고 오리발을 챙겨 수영장으로 입장한다. 간단히 몸을 풀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순서대로 출발점에 서고 발로 벽을 차며 스타트를 한다. 숨이 차지만 쉬지 않고 레일의 끝에서 턴을 해 돌아온다.

수영복을 입으면 배가 볼록 나왔던 둘째는 길쭉길쭉한 아가씨가 되어있고 수모와 수영복이 늘 컸던 첫째는 자그맣지만 예쁜 어른이 되어있다. 나는 (지금보다야) 늙었겠지만 그쯤이야 수력으로 커버한다. 꿀렁꿀렁 웨이브로 물을 타고 넘다 보면 멀리서 인어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


상상은 늘 즐겁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우리의 주말이 벌써 행복해지는 걸 보니. 20년쯤 더 늙는다고 슬플 것 같진 않다.


오래도록 함께 운동하고 싶다. 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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