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그게 참 다행이네요

by 김남웅






거울에 비친 흰머리 보이시죠

깨끗한 마음으로 사느라

하얗게 물들었나봐요


이마에 쌓인 주름 보이시죠

험한 세상 굴곡진 길을 건너느라

울퉁불퉁 새겨졌나봐요


손마디에 굳은살 보이시죠

험한 세상 부드럽게 주무르느라

딱딱하게 굳어졌나봐요


듬성듬성 비어있는 정수리 보이시죠

세상의 비 시련의 눈을 고스란히 맞느라

헛헛하게 비워졌나봐요


좁아진 어깨와 굽어진 허리 보이시죠

자식을 이고 삶을 지고 살고 또 사느라

그 무게만큼 야위고 굽어졌나봐요


잠시 눈을 감았는데

내 머리는 희어졌고

조용히 하늘을 보았는데

내 주름은 깊어졌고

바람부는 겨울을 지났는데

손마디는 굳었네요


뜨거운 태양을 지났는데

내머리는 비어졌고

겨울길 조용히 내리는 눈길을 걸었는데

허리는 굽어졌고

달빛 흘러가는 강물을 건넜는데

내 어깨는 야위었네요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흐르듯 살았고

겨울을 지났고

하늘을 보았고

눈길을 걸었을 뿐이니

모두 내 잘못은 아니네요


그게 참 다행이네요




(2016년 12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