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자기 몸이 뚫려 바람에 시리다
살려고 열심히 물을 길어 잎들을 키웠는데
내가 아닌 너로 인해
잎마다 하늘을 바라는 구멍이 났다
빗물이 새는 틈새가 생겼다
나를 그렇게 물고 뜯던 진딧물도 해충도
더 이상 먹을 게 없는지 나를 떠났다
쉴 곳을 찾아 날개를 접은 새들도
말라버린 잎을 떨구고 가을로 떠났다
여름이 가을에 닿아 겨울처럼 마른다
이 세상 살아가기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잎을 피웠으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으니
나는 참 잘 살았다
(201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