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콕 박혀 그리워하는 지난가을의 캠핑
짧은 계절이 아쉬운 마음
야외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봄과 가을은 왜 이리도 짧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계절이 되면 자꾸만 초조해진다. 시간이 가기 전에 어디든 나가야 할 것 같고, 더워지기 전에 혹은 추워지기 전에 캠핑을 가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럴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이 올해의 봄과 가을은 코로나가 앗아가고 말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이번 봄 출산을 하고 갓난아기를 키우느라 어쩔 수 없는 집콕을 하며 캠핑의 'ㅋ'도 상상할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요 며칠 청명한 하늘과 코 끝에 닿은 가을 냄새에 캠핑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이 그립다. 모닥불 앞에 자리 피고 앉아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도 그립다. 아~ 캠핑 가고 싶다!
첫 부부동반 캠핑
지난가을 우리는 부부 동반 캠핑을 다녀왔었다. 그때 당시 나는 두 달을 꼬박 입덧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래서 무슨 캠핑을 가겠나 싶었지만, 캠핑신(?)이 나를 가엽게 여기신 건지, 신기하게도 캠핑 가기 며칠 전부터 입덧이 한층 잠잠해졌고, 마치 그에게 캠핑을 가도 된다고 허락받은 느낌이었다.
처음 떠나는 부부동반 캠핑인 데다가, 우리보다 조금 앞서 결혼한 남편의 직장 동료 부부와 두 번째로 만나는 자리였는데 어쩌다 보니 캠핑이 되어버렸다. 참 신기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캠핑장을 정하기로 하고, 예전에 남편과 결혼 전에 가본 적이 있는 동검도로 행선지를 잡았다.
이번에 찾아간 얏호캠핑장은 노키즈 캠핑장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떠나기 전부터 '노키즈 캠핑장'이라는 말에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다. 캠핑장은 주로 가족 단위로 놀러 와 왁자지껄 노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과연 아이들이 없는 어른들의 캠핑은 얼마나 의젓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 내심 궁금했다. 뱃속에 아이를 품은 예비 엄마로서의 마지막 노키즈 캠핑이라는 것도 들뜸과 설렘의 포인트였다.
캠핑장에 도착해 두 사이트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캠핑장 근처를 산책해보는 것도 추천해주셔서 천천히 걸으며 한적한 동검도의 동네를 구경했다. 적당하게 시원한 온도에 맑은 하늘까지, 역시 캠핑은 날씨빨이다!
부지런히 먹고 즐기는 태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음으로 술 없이 떠난 캠핑이다. 맥주가 없으니 영 허전하다. 콜라의 탄산으로 맥주의 빈자리가 채워질 리 없다. 캠핑에서 술이 차지하는 지분이 꽤 크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
이 날 우리는 1박 치고 상당히 많은 양의 음식들을 챙겨간 덕분에 끊임없이 먹을 수 있었다. 둘이었다면 분명 귀찮아서 안 먹었을 텐데, 입이 네 개다 보니 부지런히 먹게 된다. 남편은 모닥불에 넣으면 불 색깔이 바뀐다는 요상한 물건(?)도 챙겨 왔다. 아마 지나가는 아이들이 있었다면 구경하러 놀러 왔을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는 건 노키즈 캠핑장이라서 그런지, 다들 매너캠을 즐기셔서 그런지 캠핑장은 정말 조용했다. 이런 게 노키즈 캠핑이라면 또 하고 싶을 정도로 고요했고 차분했고 평화로웠다. 그렇게 가는 밤이 아쉬워 장작을 넣고 또 넣으며 모닥불을 연장했다. 호일에 곱게 싼 고구마를 모닥불에 투척하며 주전부리도 연장했다. 태교가 별 게 없다.
밤공기가 제법 추워져 아쉬운 마음을 접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히터도 틀고, 이불도 꽁꽁 덮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화장실을 오가느라 잠을 설쳤다. 그러다 보니 금세 아침이 밝았다. (임신부 동반 캠핑은 무조건 화장실 근처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또르르)
이 날의 캠핑을 계기로 남편의 동료분은 캠핑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닥불에 푹 빠지신 듯했다. 캠핑장비를 하나하나 마련하신다는 후일담을 전해 들었는데, 지금쯤 준비가 다 되셨는지 모르겠다.
캠핑은 함께할수록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더 많은 이야기들로 풍성해지며, 더 많은 즐거움으로 풍요로워지는 매력이 있다.
거리 두는 삶이 길어지면서 그런 함께 하는 행복이 유난히도 그립고 간절한 요즘이다. 하루빨리 마스크 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마음 편히 캠핑하게 될 날을, 아이가 얼른 자라서 캠핑에 첫 데뷔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