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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May 11. 2019

사랑한다 말할수 있는 용기

갑돌이와 갑순이

어 버 이 날

빵빵 ! 부릉 부릉--  "사랑해~♡"

 반나절동안 엄마없이 보내는 막내에게  아침마다 습관처럼 손하트를 날린다. 아이가 차에 타면 노란 어린이집 버스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며 엄마미소도 유지해야 한다. 무슨일인지 막내가 아침에 기분이 별로였다.이유없이 짜증부리는 아이를 등원시키는 나만의 비법은?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공식으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것이다.  휴~드디어 막내까지 등원 완료.


아이들이 두고간 카드랑, 손편지,꽃바구니이 거실 탁자에 소복이 쌓여있다.

큰아이는 큰아이 답게  마음챙김이 틀리다.  

아이는 엄마를 위한 장미꽃바구니, 아빠를 위한 폰거치대, 할머니에겐 상큼한 살구빛 브로치를 달아드렸다.   엄마 든든한 지원군, 동생들에겐 친근한 멘토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맏딸.

 딸 부자언니라   부담감이 들테지만 마음쓰는걸 보면 맏이는 다르구나 싶다. 누굴 닮아 저리 속이 깊은지, 예쁘고 랑스럽다.


10살 세째는 집으로 손편지가 배달되어 왔다. 편지속엔 공짜 심부름 쿠폰도 덤으로 들어있다. 아이는 야심차게 준비했노라 몇 번이나 유세를 떨었더랬다. 작은 우표한장이 야무지게 붙어있는 손편지.  어쩜 이런 귀여운 생각을 했을까. 또박또박 정성껏 눌러쓴 글자 색연필로 알록달록 꾸민 편지한통. 서랍속 빛바랜  편지들과 함께 오래오래  간직해야지.  큰아이들 어릴적 편지들을 꺼내 넋놓고  보는일이, 아이가 자라나이먹어갈수록 잦아진다. 지금도 너무 좋은데,무엇이 그리운지 자꾸만 뒤돌아 보게된다.


귀요미 막내는 어린이집에서  빨간 종이카네이션이 달린 그림카드를 만들어 왔다. 한글을 떼지못한 막내의 삐뚤베뚤 글자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아빠 고맙습니다


아이는 태어나 세살이 될때까지 부모한테 평생의 효를 다한다는데,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의 사랑앞에 너무 부족한 엄마는, 때론 가슴이 먹먹해진다.


조금 사랑함?


중 2 둘째는? 둘째녀석은 아무것도 없다.


웅~~~웅~~~ 마침 문자가 온다.


이게 뭐야? 푸하하하

조금 사랑함,....조금 사랑한다니 참 둘째스럽다.

녀석 사춘기 아니랄까바. 조금 사랑한다는  문자에 아이의 서운함이 잔뜩 묻어있다. 바로 어제 아빠한테 야단맞은게 덜 풀렸을게다. 신랑한테는 물어보니 문자조차 보내지 않았다.


짜증몇번 내다 사춘기가 지나버린 큰아이와 달리,  둘째 사춘기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늘 불안불안 아슬아슬 하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등교전 꼭꼭 엄마 사랑한다 말하던  양같던 눈빛의  ...인정하기 싫지만 예전 그 모습을 그리워하기보다 아이의 있는그대로의 지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 모든 아이 다 지나는 이길을 걸으며 아이는 보란듯 크고작은 소문들을 몰고 다닌다. 둘째까닭에 매번 마음 홍역을 한 다. 하지만 못난 자식도 내자식인데 사랑에 조건을 붙여선 안 되는거야  음을 고쳐 먹는다.  어떤 순간에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아이의 편이 되어 응원해야할  아이의 엄마다.

물이 낮은곳으로 흘러가듯이 부모는 눈높이를 낮추어 끊임없이 아이를 향해 사랑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 선생님의 전화라도 울리면  간신히 추스린 마음에 쿵!하고  큰 돌덩이 하나가 떨어진다.


그런 아이에게 사랑한다말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고 자주 못하고 있다..그러지 말아야지...그러면 안되는데... 혹 내가 느끼는 거리감을 아이도 느끼려나. 왜 이 아이에게 막내에게 하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실천하기 쉽지 않은걸까. 애정과  진심을 담아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많이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않고 챙겨 넣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아이에게 곧 대왕 하트가 도착했다. 이럴땐 그저 철없는 왈가닥 소녀일 뿐이다.


큰 아이가 준 바구니

갑돌이와 갑순이


어린시절, 기억하고 싶은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난 어버이날 엄마,아빠에게 무엇을 드렸는지. 어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 내가 권리처럼 꼬박꼬박 챙기는 어버이날, 어린 나는 무심하게 보냈으려나. 지금처럼 풍성한 오월을 보내는게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용돈 받아본 기억도 없으니, 무언가 할수 있는게 많 않았을 거다.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사람의 뇌는 10살이후 기억많이 인지하는 편이라 한다.  그 이전이나 이후로도 내 평생 부모님께 들어보지 못한말이며, 들려주지도 못한말 그리고 그토록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

너를 사랑한단다.


현실속에서 들어보지 못한  언어.사랑합니다. 달콤하다못해 오글거렸다. 영화속 연인들이나 쓰는 말이라 여겼다. 난 주눅들고 자좀감 낮은 아이였다. 부모님의 기대 특히 아버지께는 뭐하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족함 많은 딸이였다. 

 내 안의 계집아이는 성인이 되엄마가 되도록 자라지 못했다. 그 아이는 사랑해,잘했구나, 괜찮아 다시해 등의  말을 먹고 자라는 아이였다. 어린 난 지가 나를 미워한다 여겼었다. 이 세상에 진짜 부모라면 자식을 진심으로 미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를 낳아 기르며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아버지 역시 짓누르는 삶의 무게앞에 어쩔수 없이 연약한 한 사람에 불과했기에, 그 삶의 무게를 털어내느라 힘겨워 우리에게 마음 둘 여유가 없었음을....


울리지 않는 종은 종이 아니다

불리지 않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좋아한다 말할걸. 사랑한다고 고백해 버릴걸.

 땅에 수많은 갑돌이 갑순이 말이다.

나도 얼마전까지 그중의 하나였다

엄마에게는 사랑한다고 딱 한번 말했다. 문자로는 몇 번 고백했던것 같다.  처음으로 사랑한다 고백하던 날, 다 큰 딸에게 듣는 사랑고백에 엄마도 사랑한다 말씀하시며 한참을 울먹이셨다.

자주 말하고 싶은데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아빠.....아빠에겐 아직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언제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당신의 적지 않으시고 건강도 한해한해 틀리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한번 못해보고 엉뚱한 사람에게 시집 갑순이같이 후회할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내년에 아부지 팔순이신데, 꼭 용기내어 사랑한다 고백하고 싶다. 부족함 투성이 엄마에게 , 매일 사랑한다 고백하는 아이처럼, 다시 7살 어린딸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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