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블린 연구소 Oct 26. 2023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 두 권.

백광, 홍학의 자리

렌조 기미히코의 ‘백광’ - 뜨거운 여름날 평범한 가정에서 4살짜리 소녀가 사라진다. 아이가 마당 나무 밑에 암매장 된 채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약간 복고풍 느낌의 소설이었다. 글자체나 편집도 누런 갱지로 만들어진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다. 상대방의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한편으론 불륜을 의심하는 갈등관계도 지극히 통속적이다. 같은 사건도 보는 사람의 시점과 입장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가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죄를 지으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때로는 유전자를 타고 대를 건너서도 죗값을 치르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 - 늦은 저녁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제자는 사랑을 나눈다. 교무실로 돌아온 남자는 학생이 계속 답장이 없자 다시 교실에 올라가 본다. 학생은 뜻밖에도 숨을 거둔 상태였다. 제자와의 관계가 드러날 것을 걱정한 선생은 시체를 유기하기로 맘먹는다. 쇠락한 소도시, 방과 후 고등학교, 인적이 드문 호수 등이 배경이어서 분위기는 내내 차분하다. 그래서 수사하는 과정이 더욱 속도감 있게 느껴진다. 엄청난 반전으로 소문이 자자해서 기대했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속죄에도 공소시효가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