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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Oct 26. 2020

서울숲이 주는 풍요로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모든 학년이 한 반 밖에 없었다. 우리 학년은 인원이 가장 많았을 때는 35명이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원이 줄었다. 그나마 우리 학년이 가장 학생 수가 많았다. 졸업 후 몇 이 지나 학교는 폐교됐고, 몇 해 전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지방 소도시 도농 경계에 있는 그런 학교였다.


학교로 가는 길은 멀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던 거리를 매일 걸어다녔다. 논과 밭을 가로질러 학교에 갔고, 중간에는 작은 숲도 있었다. 길가에 난 열매를 따먹거나 나무에 매달린 매미, 숲에 숨어 있는 사슴벌레를 잡느라 하교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어린 시절, 걸어서 오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던 시내에 사는 사촌형이 부럽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30분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건 꽤나 고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빡빡한 도시 생활에 지칠 때면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이. 한 여름 플라티너스 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 시간을 보내던 그 시절이


한달에 두번 정도는 아들을 데리고 서울숲을 간다.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수동에 맛집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2020년 10월 26일, 여의도와 광화문 사이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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