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병기 Aug 01. 2019

옛 '파로스타워'에 해태상이 있는 이유

풍수지리와 부동산, 건축

한달 전부터 써야지 마음먹고 서랍에 저장해 둔 글을 꺼내본다. 부동산과 건축, 풍수에 관한 글이다. 어제 SK D&D 원성연 전무님과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옛 '파로스타워' 개발 스토리를 녹음하다가 해당 부지에 얽힌 풍수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김에 정리해보려 한다. 파로스타워에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오피스 빌딩인 파로스타워가 있는 그 자리에는 옛날 영동백화점과 나산백화점이 있었다. 알다시피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땅의 기운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SK D&D도 이런 점을 잘 알기에 풍수와 관련된 장치를 건물에 마련했다. 아래 사진에 해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옛 파로스타워의 해태상


사실 파로스타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많은 건물들에 풍수와 관련된 장치들이 있다. 올해 초에 기업들과 풍수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실제 많은 기업들이 풍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자신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반영한다. 과거 삼성생명에서 삼성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했던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새로 건물을 사거나 사업지를 찾을 때 보고서 마지막 장에는 꼭 풍수지리와 관련된 내용을 요약해서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489284


그간 만난 건축가들도 풍수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에 크게 거부감을 가지진 않았다. 풍수지리의 기본이라고 하는 배산임수 지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명 과학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종로에 위치한 SK서린빌딩을 비롯해 대기업들과 많이 작업한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도 예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풍수지리라는 것이 현대 건축의 원리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SK그룹의 본사 사옥으로 사용되고 있는 SK서린빌딩에도 풍수지리를 반영한 흔적이 있다. SK서린빌딩 기둥에는 거북이 발 모양 무늬가 있다는데 이는 SK서린빌딩이 자리한 터가 불의 기운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故) 최종현 회장이 풍수지리에 관심이 커 이에 위배되는 일이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SK서린빌딩의 경우 풍수지리로 인해 괜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항간에는 SK서린빌딩의 정문이 종로가 아닌 청계천 방향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불의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물이 흐르는 청계천 방향을 정문으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SK서린빌딩의 정문은 종로 방향이다. 실제 준공 당시(1999년)만 하더라도 청계천을 복구하기 전이라 지금과 같이 물이 흐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SK서린빌딩 기둥에는 거북이 발 모양 무늬가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2995211


용산과 서울역 일대도 땅의 기운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실제 과거 서울역과 용산 일대에 터를 잡았다가 무너진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빌딩)를 본사로 사용했던 대우그룹을 비롯해 벽산건설·해태그룹·한진중공업그룹 등이 서울역과 용산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가 사세가 기울어졌다. 풍수지리에 밝다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이 같은 비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재 LS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LS용산타워의 운명도 기구했다. LS용산타워의 옛 이름은 국제센터빌딩이다. 지난 1984년 당시 대기업이었던 국제그룹이 사옥으로 지은 건물이다. 국제그룹은 한 때 재계 순위 10위까지 올랐지만 전두환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한순간에 그룹이 해체됐다. 뒤이어 인수한 한일그룹도 IMF 외환위기로 사라졌다.


이후 LS용산타워를 인수한 LS그룹은 지난 2012년 한강대로 방향의 정문 외에 건물 후면에 새로 출입문을 만들고 양옆에 거북 석상 두 개를 설치하는 등 풍수지리를 각별히 신경 썼다. LS용산타워 바로 옆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은 흉지로 소문난 땅의 기운을 피하기 위해 신사옥의 정문을 대로변인 한강대로가 아닌 반대편에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S그룹의 LS용산타워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066854



어떤 이들은 풍수지리를 미신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풍수지리를 믿는다. 소개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풍수지리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인과관계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왜 그토록 풍수지리에 집착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할 수만 있다면 단 하나의 리스크라도 없애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걸을 걷다가 해태상이나 거북이상, 또는 다른 구조물이 있는 건축물들을 보게 되면 풍수지리와 연관된 사연이 있는지 살펴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산을 대표하는 3대 향토기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