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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Jan 12. 2021

'디벨로퍼'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이유

첫 감수 작업_How Real Estate Developers Think

지난 주말 오랫동안 손에 들고 있었던 작업을 하나 끝냈다. 처음 해보는 종류의 일이었다. 번역서를 감수하는 작업을 하나 했다. 지난해 차밍시티와 계약을 맺고 'How Real Estate Developers Think'라는 책을 감수했다. 원래 작년 말까지 넘겼어야 하는 작업이지만 시간을 끌다가 지난 주말에야 겨우 원고를 넘겼다. 감수를 하면서 책을 세번 정도 읽었다. 두번은 꼼꼼하게 읽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훑어봤다. 번역서를 감수하는 건 처음해보는 작업이라 사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봐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색한 용어나 표현들을 조금 수정하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감수를 하다 보니 읽기 불편한 단어나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런 부분들까지 손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좀 더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만, 언제까지 책을 들고 있을 수는 없기에


처음에 이 책 감수를 맡았을 때는 다소 지루한 작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차밍시티가 가장 최근에 낸 책 '소프트시티'와 비교해도 제목부터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 어느 서점에서 원서를 발견했다면 쉽게 손이 안 갔을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소프트시티는 한번쯤 눈길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우였다. 책을 읽고 얼마지나지 않아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너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차밍시티 출판사는 물론이고, 업계 사람들에게도 수차례 얘기를 했었다. 좋은 책이라고. 첫 감수를 마치며 왜 좋은 책인지 짧게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디벨로퍼'는 누구이고, 우리는 왜 디벨로퍼를 이해해야 하는가


이 책 감수를 맡기 전에 디벨로퍼들 중 몇 분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디벨로퍼를 '시행사'라고 주로 부르고 아주 낮잡아 부를 때는 '분양업자'라고 하기도 하는데 영어 단어 '디벨로퍼'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거다.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한국 언론에서 쓰는 뉘앙스를 봐도 보통 디벨로퍼라는 표현을 쓸 때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가 내포된 것 같기는 하다. 근데 이번에 책을 감수하면서 보니 사실 미국에서도 디벨로퍼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자가 학생들에게 디벨로퍼라는 단어가 연상하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부정적인 답변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아마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가 보기에 디벨로퍼는 요즘 무지한 정치인들이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자들을 얕잡아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처럼 불로소득(?)을 올리고 편법을 일삼는 이들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디벨로퍼도 엄연히 남들이 지지 않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디벨로퍼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그들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디벨로퍼가 하는 개발이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사는 지역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벨로퍼를 상대하는 일반 대중의 태도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무조건 비타협적인 태도로 'No'라고 외치는 것은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디벨로퍼들은 대중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개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벨로퍼를 무조건 악당이라고 매도하는 건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책에서도 디벨로퍼 중에는 돈벌이에만 신경쓰는 디벨로퍼가 있고, 반면 돈을 버는 것 외에 여러가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디벨로퍼도 있다고 얘기한다. 아무튼, 이 책은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보다 자신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디벨로퍼의 개발 사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디벨로퍼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디벨로퍼는 누구이고, 우리가 왜 디벨로퍼를 이해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그 외에도 디벨로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개발 사업 단계별로 특징, 디벨로퍼가 건축가와 일하는 방식, 레버리지 효과, 상품을 파는 방법, 경기순환과 개발사업의 관계, 포틀랜드와 시카고, 마이애미 등에서 실제 개발 사업을 진행한 여러 디벨로퍼의 사례들과 그들의 진화하는 모습까지 디벨로퍼의 여러 측면을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개발 사례들, 그리고 디벨로퍼들,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했다. 책을 감수하는 동안 때로는 두통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책을 자세하게 읽어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고, 좋은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디벨로퍼의 어원을 찾기 위해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며 수세기 전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다.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현장. '아름답고 튼튼한 건축물을 지어 사회에 공헌하자'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첫 감수를 마치며 우선은 짧게 기록으로 남긴다. 차밍시티에서 요청한 감수 의견을 통해 좀 더 자세한 후기를 남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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