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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pr 16. 2022

토요일을 보내는 방법

  오후 1시가 다 되도록 빈둥대며 침대 위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불속에 얼굴을 넣고 까맣게 된 공간 안에서 스마트폰을 깨작이다 눈을 감다가를 반복했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고 거실로 나오니 아내도 살짝 잠을 자는 중이었고 아이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권이 뭐 만들어 줄까? 먹고 싶은 거 없니?" 주방에 가보니 소면이 보이길래 "할머니 국수 해줄까?" 할머니 국수는 가끔 교회 끝나고 점심으로 먹었던 두부를 넣은 맑은 국수다. 소면을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나서 얘기를 했는데 좋다고 한다. 육수를 내고 두부 한 모를 다 썰어 넣었다. 국간장을 한 스푼 넣어 간을 하고 느타리버섯을 넣었다. 소면은 따로 끓여 한 그릇을 만들었다. 아내를 깨워 김치를 가져오라 했고 식탁으로 모여 우리 셋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아내가 파리바게뜨에 다녀오겠다며 잠깐 나간 사이 권이와는 미뤄뒀건 게임을 같이 했고 아내는 있는 모든 할인 쿠폰을 동원해 스타벅스 음료 두 잔과 파리바게뜨 작은 샌드위치 2개, 편의점 2+1 팝콘과 칸쵸, 초코송이를 사 왔다. 나는 권이와 큰 티비로 게임을 하며 음료수와 과자를 와구와구 먹었댔다. 아내는 의자에 앉아 우리의 한량스러운 작태에 냉소를 보냈고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게임을 했다. 걸어두었던 빨래가 종료되어 아내와 빨래를 널었고 로봇청소기 걸레를 빨아 청소기를 돌렸다. 베란다에 앉아 누군가가 보내준 천혜향을 하나씩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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