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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May 20. 2016

중고책, 중고서점 그리고 마포FM

서점의 일상-1

오늘도 북트에는 책이 입고되었다.

중고책은 늘 그렇듯 무슨 책이 들어올지 몰라 두근거린다. 

공지영작가의 도가니가 눈에 띈다. 저런 소설이 사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 

사람은 괴물보다 악날하고 잔인하며 때로는 그냥 악마다. 



기증받아 팔지 않기로 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정식 유통 책이 아닌, 가편집본이다. 

때문에 옆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대본처럼 위로 넘기는 방식의 책이다. 

제주도에 대한 내용이라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역사적 사실들과 장소들의 의미가 제대로 담겨있다. 


유명한 사람들은 어디에 이름을 갖다붙여도 팔리는 책이 된다. 하루키가 그렇다.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 는 훼이크. 소설같아 보이지만 요리책이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절제된 문장을 선사한다. 빨리 읽어야지.  

중간에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하루키는 고백하는 내용만으로도 책이 된다. 

곧있으면 아이들에게 하는 얘기도, 노인들에게 하는 얘기도,

지나가는 개한테 하는 얘기도 무슨 하루키 법칙처럼 책이 출간될 기세. 



살인자의 기억법과 더불어 살인, 살육, 살인의 연속이다. 

모두 소설책들인데 책을 팔러오신 여성분께서는 점잖아 보였다. 

집에 책이 엄청 많다고 하셨다. 

간단히 가져오신듯 한데, 양이 꽤나 많다. 

그러나 소홀하지 않고 다들 매력있는 책들이다. 



대학때 읽었던 체 게바라 평전이다. 같은 종류다. 나는 저 책으로 체 게바라를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아 다시 읽어야 할 판이다. 

코끼리에게 물을에서 멈춘 제목은, 뒤가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러고보니, 법정스님의 홀로사는 즐거움과 아름다운 마무리 두 권이 들어왔다. 

종교서적은 안 받는게 원칙인데, 괜히 받았구나.

아 닉부이치치도 있었지. 



귀여운 커플이 두 시간이나 놀다가 갔다. 

꼼지락 꼼지락 엄청난 그림들을 그려대며, 

놀다가 갔다. 

책도 읽고 대화도 하고 차도 마시고 (차를 팔았다! 이야호!) 

옆에는 나미야잡화점 그림도 있다. 

12만원짜리 대형 노트가 이렇게 제값을 하는 중이다. 

또 놀러와요. 북트는 그런 곳이니까. 



1층에서 영업하시는 101호 술집 사장님께서 텅텅빈 계단에 꽃을 놓고 가셨다. 

자태가 우아하여 길게 늘어진 꽃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본래 연남동 101호 술집은 내가 매상을 올려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나에게 이것저것 많은것을 선사해 주신다. 

오늘의 꽃도 감사.


술집 내부를 이러한 꽃과 식물들로 예쁘게 채우는데

이런 것에 감각이 뛰어나신 분이다. 



마포FM에서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며 (도대체 언제부터!!)

인터뷰를 따가겠다고 하셨다. (가오픈 2주 밖에 안됐어요)

그래서 저녁에 잠깐 방문하셨다. 손님인척 책도 사셨고. 

이것저것 얘기도 하였고 개그코드도 잘 맞았다. (나에게 맞춰주시는 듯;;)

생겨먹지도 않았던 동네서점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해볼 때다. 



어제 자녀들과 함께 오셨던 여성분께서 그녀의 친구와 함께 방문하셨다. 

이곳이 곧 아지트가 될 기세다. 음료도 싸니까, 허허. (차는 우려먹을 수도 있으니까)

예의롭게 대화도 소곤소곤 하시고 공간을 즐기다가 가셨다. 

급히 카드기가 설치돼 카드로 결제하셨다. 

사실 카드기가 없어서 놓친 결제가 얼마인고... 

얼마되진 않는다. 

다만, 책을 놓고 빈 손으로 나가시는 뒷모습이 죄송할 뿐이다. 


문을 열어둔 것 뿐인데 동네 주민들이 방문해 주시니

서점은 특별한 공간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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