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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n 04. 2016

그림 그리기 4개월 후.

닥치고 그냥 하자.

나는 어느날 동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2016년 2월달에 나는 내 얼굴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고 그 후로 4개월이 지났다. 


https://brunch.co.kr/@skirish/18

그림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균형이나 형태도 잡을 줄 모르고 그림을 어떻게 완성해 나가야 하는지 모른다. 지금이라고 나아진 것은 없지만 수십번을 그려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했다. 


잘 그릴 생각은 일단 생각도 하지 않았고, 한 번 그리면 완성할 때까지 일단은 그려보는 것이었다. 그럴려면 빈 종이에 첫 번째 선을 어떻게든 그려야 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이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실패'의 부담감 이었다. 못 그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못 그린 그림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몰골이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일단 선을 긋기 시작하면 완성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주욱 이어가서 마무리 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삼았다. 일단 마무리는 하자. 


기타를 가르칠 때 내가 항상 하는 얘기다. "틀리고 멈춰도 괜찮으니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 번 주욱 연주해 봅시다. 그 과정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그 때부터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니까요. 안 되는 부분은 일단 건너뛰고 곡 전체를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겁니다. 큰 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서 디테일을 완성해 넣는 것이 음악적인 느낌을 완성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내가 평소에 하던 얘기를 그림에 적용하였다. 일단 그리기 시작하면 형태가 이상하든 말든 완성을 해보는 것이었다. 선을 긋자마자 망했다 탄식을 내뱉은 적도 여러번이지만, 그대로 직진이다. 처음엔 다 망삘이었는데수십차례의 시행착오가 이어지면서 열에 하나씩 그나마 봐줄만한 그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은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저것'처럼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 목표였다. 


나에게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기 위함이다. 




https://brunch.co.kr/@skirish/21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이렇듯 천천히 이루어진다. 우리들은 (혹은 어른들은) 이런 과정을 최대한 짧게 만들고 싶어하므로 성숙되지 않은 채 성숙하길 바란다. 도둑놈심보가 우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냥 조금씩 사용하는 노트에 그리기 시작하여 4개월이 되었고, 5월 말에는 잠깐의 여행을 떠났다. 여행중 잠깐씩 쉬는 시간에 아래와 같은 그림들을 그려보았다. 

이렇게 그림이 늘어나고 그리는 경험이 생길수록 실력도 조금씩 느는 것 같다. 보여주기 싫은 그림들도 많이 있다. 여전히 형태가 어긋나는 것은 너무 많고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른다. 주변의 그림 그리시는 (전문적인 업으로)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도 뭐 천천히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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