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 4개월 후.

닥치고 그냥 하자.

by 윤현민

나는 어느날 동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2016년 2월달에 나는 내 얼굴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고 그 후로 4개월이 지났다.


https://brunch.co.kr/@skirish/18

그림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균형이나 형태도 잡을 줄 모르고 그림을 어떻게 완성해 나가야 하는지 모른다. 지금이라고 나아진 것은 없지만 수십번을 그려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했다.


잘 그릴 생각은 일단 생각도 하지 않았고, 한 번 그리면 완성할 때까지 일단은 그려보는 것이었다. 그럴려면 빈 종이에 첫 번째 선을 어떻게든 그려야 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이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실패'의 부담감 이었다. 못 그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못 그린 그림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몰골이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일단 선을 긋기 시작하면 완성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주욱 이어가서 마무리 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삼았다. 일단 마무리는 하자.


기타를 가르칠 때 내가 항상 하는 얘기다. "틀리고 멈춰도 괜찮으니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 번 주욱 연주해 봅시다. 그 과정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그 때부터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니까요. 안 되는 부분은 일단 건너뛰고 곡 전체를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겁니다. 큰 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서 디테일을 완성해 넣는 것이 음악적인 느낌을 완성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내가 평소에 하던 얘기를 그림에 적용하였다. 일단 그리기 시작하면 형태가 이상하든 말든 완성을 해보는 것이었다. 선을 긋자마자 망했다 탄식을 내뱉은 적도 여러번이지만, 그대로 직진이다. 처음엔 다 망삘이었는데수십차례의 시행착오가 이어지면서 열에 하나씩 그나마 봐줄만한 그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은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저것'처럼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 목표였다.


나에게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기 위함이다.




https://brunch.co.kr/@skirish/21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이렇듯 천천히 이루어진다. 우리들은 (혹은 어른들은) 이런 과정을 최대한 짧게 만들고 싶어하므로 성숙되지 않은 채 성숙하길 바란다. 도둑놈심보가 우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냥 조금씩 사용하는 노트에 그리기 시작하여 4개월이 되었고, 5월 말에는 잠깐의 여행을 떠났다. 여행중 잠깐씩 쉬는 시간에 아래와 같은 그림들을 그려보았다.

13312614_1122487797807989_7443808466250352975_n.jpg
13312674_1122061041183998_1251470430385135167_n.jpg
13320510_1120041938052575_8703787485715567674_o.jpg
13339485_1121190984604337_3710951740143283809_n.jpg

이렇게 그림이 늘어나고 그리는 경험이 생길수록 실력도 조금씩 느는 것 같다. 보여주기 싫은 그림들도 많이 있다. 여전히 형태가 어긋나는 것은 너무 많고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른다. 주변의 그림 그리시는 (전문적인 업으로)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도 뭐 천천히 해야겠지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은 패키지 여행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