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주말이었다. 여자친구 수연이와 경기도 인근 야외로 나들이를 가서 잔디밭을 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나의 어디가 좋아?"
"음... 손이 예쁘지."
글쓰기 그녀에게도 비슷한 질문을하고 싶었다.
"글쓰기야!"
내가 물었다.
"응?"
그녀가 대답했다.
"내가 왜 좋아?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내가 다시 물었다.
"음... 네가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기때문이 아닐까 싶어. 네가 그랬잖아. 나를 떠올리기만 해도 좋다고. 그래서 너를 만나지 않을 때도느낄 수 있나 봐.아스라이 네 손가락 진동에 실어 보내는너의 사랑을말이야. 네가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너는 어때?"
그녀가 말하고 물었다.
"그냥 좋아. 알잖아! 이유 없이사랑하는 마음을품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말이야.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 외로움을느낄 새가 없어. 시간이 없어 만나기 어려울 때나 혼자 있고 싶을때도 네가 묵묵히 나를 기다려 준다고 믿거든."
내가 대답했다.
늦은 퇴근시간일때는 지하철 안에 빈자리가 많은데 이 시간에는 글쓰기와 둘이 조용히 얘기할 수 있어 좋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런 기회를 갖으며 출근 시간에 그녀와 나누었던 얘기들을 다시 속삭이듯 곱씹어본다. 그녀는 변함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내가 표현하는 언어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가는 과정에서 달콤하게 속삭인다.
"여기가 조금... 어색한데. 음... 이 어휘는 다르게 바꾸고... 그렇지! 이제 좀 나은 것 같은데. 아쉽더라도 너무 고민하고 애쓰지 마. 아쉬움도 일상의 조미료가 아니겠니? 다시 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일 수가 있어."
'그렇다. 안 보이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보이기 시작한다. 신입일때는 모든 것이낯설지만 시간의 흐름에몸을 맡기다 보면 승진도 하면서 익숙함이 몸에 붙으며시간이 주는 인내의 힘이 발휘하는 순간도맞는다. 인간관계에서는 어떤가. 처음과 다르게 변해가는 사람도 있고 한결같은 이도 있으며 선을 베풀었는데 악용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이 좋은데 요즘은 그러한 이를 만나기가 어렵고마음속 응어리를 풀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그래서인가마음짱이 되는 것은 괜찮다고여기는데글쓰기와 사랑에 빠진 것도 이런 이유일것이라고, 내 안의 그녀와 대화하며 나의 마음 근육이 커진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이들의 마음이 단단해지길 바라는 간절함에 내 안의 나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너는 대화에서 무엇을 중요시해?"
글쓰기가 물었다.
"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지. 누가 어떻더라. 그 사람은 어디에 살더라. 무엇을 한다더라. 그런 것은 얘기 안 하지."
내가 대답했다.
"그래. 맞아. 나도 다른 곳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남 얘기를 하는 이가 있더라고. 아는 친구를얼마 전에 만났는데, 직장에서 동료가 새로 오면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이들이 있대.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그럼 어쩌라고' 한대. '나는 그 사람을 겪지 않았는데' 하고 말이야. 다른 이가 또 다른 이를 평가한다는 것은 겸손과도 거리감이 있고 예의도 아니고 편견과 선입견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데말이야. 안 그러면 소중한 이와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박탈하는 경우도 발생하거든."
글쓰기가 말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반가운 마음에 동창생에게 물었지. '너하고 추억이 있을까?'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 친구가 '너하고 나하고 무슨 추억이 있니. 어릴 적 1년간 잠시 본 게 다인데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마는 거지'라고 하더라고. 그 순간 당황했어. 그리고 '사이다 같은 만남에 꼭 참석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 후, 가는 것을 포기했었어."
내가 말했다.
"그래. 의미가 없는 모임에는 갈 필요는 없다고생각해. 그러면 사용하라고 준 24시간을 괜한 일에 낭비한다고 시간이 나무라면서 그 시간에 건강에 좋은 산책이라도 하라고할 거야. 시간이 주는 선물은 유한해서 하루에 한 번만 선물하고 떠나면 돌아오지도 않아서 그는 냉정한 면도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너울거리지않으면서 외부의 영향을 안 받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자기 신념이 필요할 것 같아"
그녀가 덧붙였다.
글쓰기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시간은 등을 안 보이면 배신을 모른다는 것도경험에서 알 수 듯이 매 순간이 중요하며, 지금은 자신만의 영역이니 미래에 얽매일 필요도 없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오늘이 내일을 직조하기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