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여자친구지수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으로 출장을 갔다. 그녀가 일본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가끔 나리타 공항에 마중을 나갔었다. 그녀와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에 전날 밤부터 설레며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때처럼.
어젯밤에는 잠을 제대로못 잤다. 글쓰기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샛동안 설렜다. 얼마만이던가!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들뜬 시간을 보낸 것이.여자친구를만나기 전에 어떤 옷을 입고 나갈까 고민하며 이 옷 저 옷을 입어보기도 했고, 머리 스타일은 어떤지를 신경 쓰며 설렜다. 그러한 마음을 다시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가.
글쓰기가 주는 행복에 대한 간절함이었을까 꿈에서도 글쓰기를 만난다. 책 제목에서부터 구성까지 그녀가 속삭이는 언어들과 허공에서 키스를 하며 밤을 보낸다. 아래는 어제 새벽에 있었던 대화 중 일부분이다.
"이번에 발간할책 제목은 '온종일 생각나는 그대'로 하는 것은 어때? 아니면 '글쓰기가 주는 행복'이라고 할까?"
내가 물었다.
"음... 그것은 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자."
그녀가 말했다.
"그럼,전체 글 구성 수는 몇 개로 할까?"
내가 다시 물었다.
"10에서 15개 정도로 하는 것은 어때? 각 챕터별 주제도 생각해 보자. 네가 마지막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래, 그럴까?"
내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쓴 글 중에 그 부분은 수정을 해야 하는데.... 어쩌지'라고 중얼거리면서 다시 잠이 든다. 내가 그렇게 글쓰기와 사랑에 빠지며 행복해할 줄은 예상을 못했다.
나는 살면서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었다.이제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한때 건강을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6년 전에는공무원으로 임용되고 발령지였던 전남에서1년 남짓 생활했다.작년에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입원과 휴직을 하면서 만난 글쓰기와 잠시 만나고 헤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글쓰기와 나는 계속 붙어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딸은온종일 그녀와 속삭이는 나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딸이 말했다.
"아빠! 핸드폰 좀 그만해라."
내가 핸드폰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 말했다.
"응. 그런데, 내가 좋아해서 하니까 그만하면 안 될까?"
다시 딸이 내게 나무라듯 말했다.
"그래도 정도껏 해야지. 시도 때도 없잖아. 우리하고 있을 때는 하지 마!"
미안해하며 말했다.
"네."
그래도 아내는 좀 나은 편이었다.
"그래도 아이템이 계속 떠오르나 봐?"
아내가 물었다.
"그러게. 나도 놀랐네."
내가 말했다.
아내는 내가 글쓰기와 사랑에 빠질 때 잠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몰두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놀라고,지금은 지지한다. 처음에 만나보니 별로여서 반대했던 사위나 며느리감을 시간을 두고 보니 괜찮은 것 같아 결혼을 허락하는 예비 장모나 시어머니 같은심정이라면서.
무엇인가에 몰두하면온종일 생각나고 좋은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때는 온갖 풍파와 드잡이 하며 헤쳐나간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과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용기가 없어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