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이라는 것은 가기 전에는 설레지만 돌아오는 날에는 피곤하기가 일쑤이다. 짐을 싸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다가 짐을 풀면서 모든 게 귀찮아진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는 이유는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똑같은 하루를 1년 365일 보낸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러한 삶에 무료함을 느낄 것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순간, 왜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지 알 것만 같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보이게 만드는 눈이 여행만 가면 생기는 것 같다. 길가의 나무와 풀이 무성한 게 마치 자연의 신비로움처럼 느껴진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좋아하는 사람과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행복인 것 같다. 음식에 추억이 깃들면, 그 향기를 다시 맡는 순간 지나간 여행에 대한 추억 여행이 시작된다.
최근에 가장 좋았던 여행은 신혼여행이었던 것 같다. 신혼의 로맨틱함보다는 하루종일 걸어 다니며 전우애가 생긴 느낌이었지만, 나의 시야를 넓혀준 뜻깊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때로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어떻게든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오히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서 더 생각나는 추억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연히 들어간 중식당에서 먹은 마파두부는 정말 기대하지 못했던 최고의 맛이었다. 원래는 그곳을 갈 예정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예상치 못하게 날씨가 좋아져 강가를 따라 산책했던 기억도, 다리는 아팠지만 너무 좋았던 경험 중에 하나였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 또한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항상 좋았던 여행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여행은 보통 혼자 가기보다는 두 명 이상 가게 되면서 작고 큰 감정의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대학생 때의 나는 이동시간까지 계산하는 계획형 J 성향이 매우 강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사소한 일이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을 냈었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한 일이다. 그 이후로 나는 P의 여행계획을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대략적인 것만 정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짜증 내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MZ적 사고력을 키우기.
한 번에 바뀌기는 어려워도, 신경 쓰다 보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요즘 나의 여행 마인드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크게 만족하기 어렵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뭘 해도 좋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