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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20. 2023

같이 못 놀겠네

새벽에 일어나 어제 못다 읽은 책 델리아 오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후반부를 읽어 내려갑니다.


 

어제 6월 19일 금요일 밤에 대우독서회 회원들이 중앙동 '서푼 짜리 오페라'라는 곳에 모여 한 달 동안 읽은 이 책에 대해 자유롭게 소감을 나눕니다. 그리고 저녁밥도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시간에 들었던 소감들을 떠올리면서 오늘 아침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어제 모임에서 회원들의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읽으니 책 내용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책을 한참 읽고 있는데 아내가 잠에서 깨어난 모양입니다. 제가 보통 새벽 5시 30분에 깨고 아내가 7시 가까이에 일어납니다.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은 아내 두 손을 잡고 밤새 부은 곳이 없나, 부었다면 어느 정도인가, 최근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확인하지요. 신장도 안 좋아 자주 붓더군요. 그러고 보니 아내 몸은 종합병원입니다. 극한 상황에 이르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깁니다. 


"잘 잤나. 오늘은 며칠 전보다 손 부은 것이 약하네. 괜찮은 것 같네. 아침에 일어나면 누구나 조금 붓기는 하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당신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아내도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내는 화장실로 가고 저는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붓습니다. 물을 끓여 차가운 물과 적절하게 섞어야 아내가 약을 먹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 포트에 물이 끓을 동안 해독주스와 전복죽을 전자렌지에 올려 데웁니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는 격이지요. 한약도 좀 뒤에 데워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 바삐 움직여 아내 아침 식사를 대충 마련하고 아내 출근 가방에 넣을 것을 챙깁니다. 대부분은 아내가 챙기지만 그래도 바나나와 참외를 추가하여 넣고 가방을 가지고 내려가는 것은 제 몫이지요. 짜가 000똥이라도 제가 들고 가면 싼 티 난다고 아내가 놀립니다. 짐이 가벼우면 아내가 들고 가지만 조금이라도 무겁다 싶으면 제가 드는 것이 마음 편하지요. 


아내가 갑자기 제 엉덩이를 툭 칩니다. 젊은 시절 그렇게 장난을 잘 쳤지요. 제가 아내 엉덩이를 치면 아내가 농담조로 

"이건 성희롱이니 3천만 원 준비해야 한다."고 놀리기도 했었지요. 아내가 저에게 하는 것은 성희롱이 되지 않는다네요. 무슨 법이 그렇노, 그런 법이 어디 있노 라고 물으면 "그 법이 여기 있지."라고 되받아치니 웃기지요. 


오늘 아침에도 제 엉덩이를 치면서


"아이고, 내 손이 영 느낌이 안 좋네. 이젠 노인하고 같이 못 놀겠네. 물렁물렁하이 해 가지고 영 몬 쓰겠네."라고 놀립니다. 


제가 생각해도 젊은 시절과 몸이 확연히 다르지요. 아내가 그렇게 놀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은 제가 아내를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고,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도 그렇지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당신, 지금 날 놀리는데 조금만 더 나아져 봐라. 내가 그땐 ~~~~~" 하고 말을 못 다하고 둘이서 마주 보며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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