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다 보면 꼭 남의 말을 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이 쓰는 말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게 아니고, 그런데, 아니......"
나이가 들면 사람들 대화 중에 남의 말을 끊으면 절대 안 됩니다. 자신이 하고픈 말이 있어도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간단하게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때는 이런 말을 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금방 00 말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나면 더 보태면. 어떻게 그런 깊이 있는 생각을 했을까. 나도 깊이 공감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그게 아니고~"는 절대 쓰지 마세요. 대신에 " 그 말이 맞아"를 많이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대화를 나눌 때는 젊은이들이 70~80% 말하게 하고, 우리 같은 노년세대는 10~20% 정도로 말하는 시간을 적당하게 배분하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현실에선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있네요.
1982년 8월 즈음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율곡부대(당시는 뇌종부대로 사단 명칭이 좀 그래서 개명) 55연대 11보병중대(육사출신 장신에 엄청난 미남이었던 대위 이만호)에 배치되었습니다. 그해 6월 22일 대구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원주 36사에서 신병 훈련과 보충 교육까지 받고 최전방 사단에 배치되었습니다. 특정 사건을 언급하자면 그 배경을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게 되네요. 이제 세월이 40년이나 흘렀으니 실명을 거론해도 될 듯해요. 좋은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자대에 막 배치된 이등병의 눈에는 군대의 모든 것이 낯설었지요. 하루 하루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아가는 때였습니다. 어느 날 중대 병사들 전체 회식이 열렸습니다. 외곽 근무자들과 상황실 근무요원을 제외하고 중대원들 대부분 모였습니다. 전역 병장 송별식이 간단하게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김승호 병장 얼굴입니다. 그분의 노래는 당시 유행했던 백영규의 '잊지는 말아야지' 였고,
(74) 물레방아 - 잊지는 말아야지 1978 - YouTube
중대 전체가 함께 크게 따라 불렀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김승호 병장의 인상이 정말 좋았습니다. 중대원 전체가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소대가 다르면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어쨌든 그날 김승호 병장의 자애로운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선한 인상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한 마디 인사가 끝나자 어느 병장이 "자가 자가 장전" 하니까. 다들 "박아 박아 발사"하면서 노래를 시작하였지요. 중대의 오랜 전통이었는가 봅니다. 앵콜 곡은 조영남의 "점이"였고.
(74) 조영남 - 점이 (그때 그시절~~) - YouTube
김승호 병장이 왜 그리 중대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았는지 정말 궁급하여 그분 전역 후 어느 고참에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김승호 병장 인상 좋제. 말씀도 따뜻하고 누구든 잘 대해주었지. 한 번도 자기 쫄따구한테 소리 안 지르고 늘 잘 해주었지. 무엇보다 딴 사람이 뭐라고 하면 말을 잘 들어 주었어. 절대로 남의 말을 끊지 않아. 남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듣고 나서 이런 말을 했지. '으응, 그래, 힘들었겠구나. 고향 생각 많이 나제. 우리 다 같이 여기 잡혀 왔지만 그래도 좋게 이겨내야 하겠지. 서로 서로 도와가며 그지.' 등등이 김병장님의 말이었지. 그래서 같은 소대가 아니라도 중대 전체가 그 사람을 좋아했지. 앞으로 그런 분 만나기 쉽지 않을 걸."
이제 이 나이가 되어 김승호 병장 얼굴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감동을 받고도 저는 그분처럼 처신하지는 못 했습니다. 저와 불과 한두 살 차이였을 텐데, 제가 보기엔 대여섯 살 형님처럼 보였습니다. 참 인자하고 착한 미소가 일품이었습니다. 요즘 와서 '나이가 들면' 시리즈를 쓰다 보니 40년 전 인연도 떠올리고, 그 당시 제 인생에 선한 영향력을 남긴 사람도 기억납니다. 이제 철이 조금 드는 것일까요.
나이가 들면 어떤 상황에서든 남의 말을 절대 끊지 마세요.
모임에 가서도 나이 어린 후배 세대가 뭐라고 하면 넉넉한 미소와 함께 따사로운 눈길로 대해야 합니다. 이젠 나이 많은 것이 결코 자랑도 아닐 뿐더러 눈총받을 짓은 더 더욱 하지 말아햐 하겠지요. 실제로 말이 별로 없고 미소 가득한 얼굴을 한 사람이 참 보기 좋습니다. 사고방식도 매우 성숙하고 포용력도 있어 보이니 금상첨화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