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어린 시절 노인의 존재는 세상 저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제 곁에 왔네요. 막상 제가 노년의 삶을 하루 하루 살아보면서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네요. 세상사 그 무엇에도 왕도가 없다고 하더니 노년 세대의 행복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겠지요. 경제력, 독서, 취미, 운동, 인간 관계, 사회 봉사활동 등등 노년의 행복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떠올려 봅니다.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요.
우선 시간적 여유가 많은 나이라 취미 활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퇴직 후에 악기 하나 연주하고 싶은 마음에 올해부터 색소폰을 배우고 있습니다. 진작 배웠으면 하고 스스로 한탄할 때도 많습니다. 가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색소픈 연주자들의 탁월한 연주 실력에 절로 감탄합니다. 솔직히 저는 그렇게 빼어난 연주 실력까지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3~4곡 정도로 분위기 있는 음악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지금 저의 희망입니다. 그 정도고 지금 제 실력으론 무리한 희망이겠지요. ㅎㅎ.
석양이 서녘 하늘로 넘어가고 온 세상이 발간 놀로 물들이는 저녁 무렵에 제 고향 마을 달성군 논공 위천 강변 둑길 위에서 강 건너 고령군 개진면 오실 마을 언덕과 고령군 성산면 삼대리 강마을을 바라보면서 진짜 옛날 생각이 절로 나는 노래를 연주하고 싶습니다. 온갖 폼을 다 잡고 말이지요. 그런 날이 올까요. 실력은 부족하고 욕심은 목까지 가득 차면 곤란한데 지금 심정은 그렇습니다. 오늘도 오후에 3시간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영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같이 배우는 동료들의 실력은 나날이 좋아지는데 왜 저만 여기서 멈춘 듯할까요. 연습 부족밖에 할 말이 없네요.
그런데 색소폰 연주 실력의 진도는 제대로 나가지 않아도 연주 연습하는 순간에 귀에 들려오는 음악은 정말 좋더군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 해 몇 날 며칠간 낑낑거렸는데, 지금은 띄엄띄엄 계명을 읽어가면서 연주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스스로 감탄을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연주 실력은 형편없지만 그래도 지금 이 정도가 어디냐 하고 스스로 즐거워합니다. 몇 시간 그렇게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휴대폰으로 제가 연습한 음악을 강호의 고수들 연주로 들어봅니다. 그것도 즐겁습니다.
아직 연주 실력은 진짜 미흡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나이에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얼른 실력을 키워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싶은 욕심 가득합니다. 설령 연주 실력이 부족하여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을지라도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 가야 합니다. 타인은 우리네 삶에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남에게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식들도 그들 삶에 부대껴 하루 하루가 힘듭니다. 자식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 자신이 소일거리를 찾아 하루를 지낼 수 있게 하되 그것이 즐겁고 편해야 합니다.
자식들은 그들 삶을 살아가기 바쁘니 더 이상 자식들에게 뭔가 부탁하거나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색소폰 연습하러 갈 때는 일부러 걸었습니다.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노후 행복에 가장 필수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 보가 무리라 싶으면 7천 보 내지 8천 보도 괜찮습니다. 걸으면서 주위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길을 가다가 길가에 있는 매점에서 뭔가를 사먹는 취미가 있습니다. 음료수 하나라도 사먹으면서 걸어가면 그렇게 행복하더군요. 그리고 어쩌다가 낯익은 사람을 만나면 음료수 하나를 더 사서 선물로 주는 기쁨도 만만치 않습니다. 노년 행복은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단풍 절정기가 올 것입니다. 평소에 많이 걸으면서 건강을 유지해야 단풍 구경도 신나게 갈 수 있습니다. 노년에 운동을 소홀히 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수중에 돈이 있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지역에 있는 요양원 봉사활동에 하루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난생 처름 요양원 시설에 누워 있는 노인들을 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하루를 그렇게 하릴없이 보내더군요. 어떤 분은 낙상을 방지한다고 손목을 침대 한 켠에 묶어두었습니다. 그중에서 그래도 거동할 수 있고, 침대에서 일어나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은 그나마 다행이더군요.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없어서 봉사자들이 입에 떠먹여 주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분들도 젊은 날 그런 신세가 될 줄은 예상도 못했겠지요. 저 또한 훗날 더 연로하면 그분들돠 뭐가 다를까 생각해 보았지요.
나이가 들면 진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돈, 건강, 친구 등등 필요한 것 많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가 되어 갑자기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쉽지 않고, 거액을 버는 것도 불가능한데다 건강마져 잃으면 우리 삶은 진짜 비참해지는 법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걷기를 비롯한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뭔가를 하도록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