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 에 관한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문장 그 자체의 뜻은 '의심은 암귀(暗鬼)를 낳게 한다.'입니다. 한 마디로 의심이 더 큰 의심을 낳아 또 른 문제을 초래한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이 문장의 출전은 여러 곳인데, 대표적인 전고(典故)는 『열자(列子)』 「설부(說符)」 편에 나오는 ‘실부의린(失斧疑鄰)’의 고사입니다. '실부의린'이란 도끼를 잃고 이웃을 의심한다는 뜻이지요.
'암귀暗鬼)'의 뜻 풀이가 다양한데, 글자 그대로 보자면 어두운 귀신이 되지요. 암귀는 어둠을 지배(支配)하는 귀신(鬼神)으로 여기서는 망상(妄想)에서 오는 공포(恐怖)나 판단착오 등으로 보면 적절하겠습니다. 의심이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크게 만든다는 것으로 볼까요. 그리고 열자(列子)에 전하는 고사를 살펴 볼까요.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자 이웃집 아이가 훔쳐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이의 걸음걸이를 보니 도끼를 훔친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안색을 보니 꼭 도끼를 훔친 것 같았고, 말하는 것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고, 그러고 보니 아이의 모든 동작과 태도가 다 도끼를 훔친 것 같았다. 그러다가 다음날 그는 골짜기를 뒤지다가 도끼를 찾았다. 다른 날 다시 이웃집 아들을 보니 행동거지가 조금도 의심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열자(列子)에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웃집 뜰에 말라죽은 오동나무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말라죽은 오동나무는 불길합니다.”하고 충고합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이 오동나무를 베어버렸지요. 불길하다고 말한 사람이 주인에게 베어버린 오동나무를 땔감으로 쓰게 달라고 하자, 주인은 덜컥 화를 내며 “말라죽은 오동나무를 불길하다고 한 이유는 땔감 욕심에서 비롯된 음흉함이었군요.”라고 하였습니다. 의심이 새로운 의심을 낳게 하는 법이지요.
『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篇) 」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송(宋)나라에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장마로 담장이 무너졌습니다. 그러자 그집 아들이, “빨리 수리하지 않으면 도둑이 들지도 모릅니다.”하고 말하였지요. 그때 마침 지나가던 이웃집 노인도 같은 내용으로 주인에게 충고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그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부자는 아들은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합니다. 그렇지만 똑같은 말을 전한 노인은 ‘수상하다’고 하였습니다. 한비자의 세난은 '유세하기 어렵다'라는 뜻의 글인데,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할 때 어려움을 전한 내용이 주로 있지요. 부잣집 주인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열자에서 말하는 것과 결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결국 친소에 따라 의심하고 신뢰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교훈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만 더 할까요. 배중사영(杯中蛇影)이라고 '술잔 속에 뱀 그림자'란 뜻입니다. 역시 의심이 낳은 문제를 언급하고 있답니다.
진나라 역사책인『진서(晉書)』의 악광전(樂廣傳)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 악광이 하남태수로 일하고 있을 때 자주 놀러오던 친구가 언제부턴가 발을 딱 끊고 악광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오지 않는 것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악광이 친구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오지 않는 이유를 물었지요. 그러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난 번 자네와 마주 앉아 술을 함께 마실 때 술잔 속에 뱀이 보이더군. 그런데 그 후로 몸이 좋지 않다네."
악광이 아무리 생각해도 술잔 속에 뱀 그림자가 있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친구가 앉았던 자리를 조사합니다. 결국 술잔 속에 비친 뱀 그림자는 그 친구가 앉아 있던 자리의 벽에 걸려 있는 활에 그려진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활에 그려진 뱀 그림자에 친구가 놀랐던 것입니다. 악광은 다시 그 친구를 자신의 집에 초청한 다음 뱀 그림자의 실체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그제야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의심이 낳는 문제를 고사와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우리 삶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혹시 자신이 의심 때문에 겪은 고충이 있으면 댓글로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