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나라에서 술도 사주고요." --
코로나 19 원주시 지원금 카드를 내미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정부 지원금 카드도 간간이.
막걸리나 소주를 들고 오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나라에서 술도 사주고요."
안주까지 사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술 사주고. 보세요. 안주까지 사주잖아요."
콩나물이나 두부 사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나라에서 반찬까지 사주고요."
아이에게 과자 사주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나라에서 아이 간식도 사주고요."
짬 되면 덧붙인다.
"딴 나라들은 시체 나르기 바쁘고, 미국은 치료에 몇 천만 원 든다는데 우린 이리 쇼핑 다니고, 치료도 공짜. 나라에서 생활비 보태주고 시에서 술 사주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맞지요?"
열이면 아홉은 수긍한다. 기분 좋게 나간다.
어떤 이는 그런다. 현금으로 통장 넣어주지 왜 카드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그럼 이러지요.
"영세 사업자 살리기지요. 보세요, 여기 편의점 오셔서 쓰잖아요. 아님 통장서 이자나 세금으로 빠져나가겠죠?"
이렇게 고마운 카드를 소홀히 받을 수 없기에 고객이 카드를 체크기에 그으려고 하면,
"아, 이건 전문가가 직접 해야 합니다. 나라에서 특별히 허가받은 사람만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카드를 받아서 체크기에 긁는다. 좋은 일에 착오 없이 신속히 처리해 드리려고.
지원금 카드가 아니어도 말을 붙인다.
도복을 입고 나타난 태권 초등학생 셋에게,
"나도 너들 나이 때 태권도 검은띠였단다."
그러면서 기마 자세에 정권 찌르기 두어 번 하고는
"태권! 얘들아, 우리 담부터는 서로 인사 대신 정권 찌르기 이렇게 두 번하면서 큰소리로 태권! 하자. 어때?"
이렇듯 말을 만들어 말 붙이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갑니다.
모든 손님에게 다 그러냐구요?
바쁠 때 말고는 하지요. 영 상이 찌그러진 분은 피해요. 시비 걸까 봐요. 아님 1단계 붙여봤다 아니다 싶으면 중단하면 그만.
지치지 않냐구요?
재밌는데요? 손님이 즐거워하면 저도 기분 좋구요.
그러니까 계속 궁리하지요. 머 말 붙일 거 없나? 머 칭찬할 거 없나? 손님마다 경우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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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6.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