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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Sep 10. 2020

일본인

영업의 원리


영업에 나는 없다.




1990년.

여의도에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LG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할 때다.

63빌딩서 그룹 빌딩으로 이사.


나는 석유화학 원료 수입 담당이다.

주 거래선은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거래가 많은 미쓰비시와 술자리가 자주 있다.

청와대 근처 서울 최고 요릿집인 삼청각에서 어느 날,


우리 둘, 저 쪽 셋.

못 보던 일본인 한 명을 내 앞에 앉힌다.


한국 출장 온 김에 인사시키려고 데려왔단다.

소주를 권커니 자커니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갑자기 앞에 일본인이 옆으로 쓰러진다.

깜짝 놀라서 보니 눈알이 뒤집혀 허연 흰자위로 바뀌고 입 전체에서 허연 거품을 푸걱푸걱 내뿜는다. 인사불성.


술 먹다 이러는 건 처음 본다.

우리 쪽에서 화들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니,

다른 일본인이 괜찮단다. 죽진 않는단다.


대자로 누워서 입에 게거품을 무는데, 이머전시인데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원래 술을 한 잔도 못 먹는단다.


그럼 말을 하지 왜 못 먹는 걸 먹냐 했더니

내가 좋아하니 같이 먹은 거란다.


한 잔도 안 받는 체질인데 반 병이나 마시다 뻗은 거다.

소름이 오싹.


그 후 그 일본인이 일본에서 전화하면 웬만하면 오케이다.

석유화학 원료는 제품명이 같으면 다 똑같다.

같은 제품을 경쟁해서 팔자니 목숨 거는 거다.

진짜 목숨을 거는 거다. 


일본 회사가 다 그런 건 아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엘지 드봉 화장품이 태평양 아모레 화장품과 사풍, 제품명, 디자인... 다 다르듯이


30여 년 전 얘기지만 원리는 같을 거.

영업에 나는 없다.





* 배경



한 번에 10억짜리, 한 달에 두세 번, 1년에 몇백 억의 가격을 그때그때 결정한다.

구매 회사에서 가격 결정권을 자진 자가 있고, 그 사람이 키맨이다. 키맨에게는 이렇게 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렇지 않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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