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에 나는 없다.
LG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할 때다.
나는 석유화학 원료 수입 담당이다.
주 거래선 중 옥시덴탈 미국 회사가 있다.
롱텀 베이스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인 제조사다.
1~2년 한 번 정도 술자리를 갖는다.
신입사원인 내겐 첫 번째.
삼청각.
대통령 사는 청와대 근처 대한민국 최고 요릿집.
산사면에 여기저기 객실을 지었다. 입구에서 소롯길로 오른다. 잘 다듬은 상고머리 같은 잔디로 온통 푸르고 드문드문 키 작은 소나무가 술좌석 정취를 미리부터 돋운다.
우리 셋, 저 쪽 미국인 둘.
임원과 중견 관리자다.
둘 다 키 크고, 체격 좋고, 잘 생겼다.
그중 한 명은 밥 무슨 스키라며 체코계인가 미국인이다.
권커니 자커니로 시작해 부어라, 마셔라 단계다.
이때쯤이면 소변 봐줘야.
화장실 가서 문을 여니
밥 무슨 스키가 양변기에 얼굴을 박고 꺽꺽 댄다.
오바이트.
내가 들어온 줄 모른다.
계속 꺽꺽 올린다. 심하다.
다가가서 등을 두르려 줘도 얼굴도 못 돌린다. 인사불성이다.
우리 기분 맞추려고 미국인이 우리 식으로 단시간에 소주를 마셔댄 거다.
한국 맡은 이 미국인이 가엽다.
다음 날 아침 미팅에서 슬쩍 떠보니 기억을 못 한다. 필름이 끊긴 거다.
미국 사람이라고 일본 사람 못지않다.
일본 상사야 남의 제조사 제품 사다 파니까 그렇다 쳐도 미국 회사는 세계적인 제조회사다. 자기들이 굳이 안 굽혀도 된다.
그래도 이 정도다.
휴스턴에 자리한 세계 굴지의 기업도, 거서 비행기 타고 꼬박 하루를 날아온 천하의 미국인도 영업에 나는 없다. 바이어인 상대만 있다.
30여 년 전 얘기지만 원리는 같을 거.
영업에 나는 없다.
* 배경
한 번에 10억짜리, 한 달에 두세 번, 일 년에 몇백 억의 가격을 그때그때 결정한다.
구매 회사에서 가격 결정권을 자진 자가 있고, 그 사람이 키맨이다. 키맨에게는 이렇게 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렇지 않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