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에 나는 없다.
1988년.
신입사원으로 63빌딩에서 근무할 때.
LG 그룹사는 쌍둥이빌딩이지만 사정상 1년 63빌딩 11층에서 근무했다.
내 임무는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해서 여수 공장에 공급하는 일.
서울서 여수가 멀어서 국내선 비행기로 출장 간다.
한 달에 한 번 1박 2일.
한 달에 2일은 여수서 근무, 나머지는 서울 근무.
2일 빼고 한 달 내내 전화로 업무 처리.
출장 결과가 좋으면 한 달 내내 업무 협조 오케이.
첫 출장 첫날 오후에 여수 도착.
몇 시간 일 보고 저녁에 여수 돌산인가 회식 장소로 이동.
일부러 내 출장에 맞춰 관련 부서 직원 회식.
얼추 15명 정도.
식사 나오기부터 좌석서 일어나서 소주병 들고 한 명씩 권하고 받고.
권하고 받고..... 15번. 30잔. 4병.
주량은 최고 2병.
마시다가 쓰러진다.
다음날 아침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일어나니 부장님 숙소다.
몸이 휘청한다.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필름이 끊긴 거다.
이틀째 공장으로 출근하지만 속이 뒤집혀서 업무를 못 보고 그냥 비행기 타고 온다.
그러고 나서 한 달 내내 업무 협조 200%다. 전화 한 통화면 만사 일사천리다.
1명 : 15명
빼도 술을 먹어야 하고, 안 빼도 먹어야 한다.
차라리 먼저 권하다 뻗는 게 낫다.
1년 12번 여수 출장 가면 나는 없다.
30여 년 전 얘기지만 원리는 같을 거.
럭키소재. 갓 입사한 신입사원 때. 63빌딩 11층.
* 배경
한 건에 10억짜리 석유화학 원료 수입 관련 정보 수집, 미팅, 가격 네고부터 잔무 처리까지.
본사에서 서너 명이 팀으로 할 일을 혼자 해야 한다.
아침 6시 회사 근처 영어회화학원, 7시에 회사 나가서 세수하고 일 시작,
근무 시간에 시간이 부족해서 화장실에 문서를 들고 가서 읽고, 밤 12시 퇴근.
도저히 공장 일을 처리할 여유가 없다.
공장에서 사소한 클레임이라도 걸면 본사 업무 스톱.
출장 간 날 한 달 일을 미리 처리해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술 먹다 뻗는 거였다.
* 너무 심한 경우라 일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극단적인 경우가 사례로는 적절하다.
* LG는 인화 人和를 중시하는 그룹이다.
적당히 선진 기술을 베껴서 만들어 팔아도 충분한 시절.
'나는 없다'형 인간은 튀어나온 못이라 두들겨 맞았다.
한 세대 30여 년 지난 지금 LG는?
앞으로 30년 후는? LG가 존재하기를 바란다.
총각 때 헌신했던 회사니까. 우리나라 얼굴 기업이니까.
삼성은 '나는 없다'형 인간형을 원했다.
30년 지난 지금 삼성은?
앞으로 30년 후는?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