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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Jul 21. 2023

면100% 소재의 내복, 그게 도대체 뭔가요?

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③

*지극히 며느리입장에서 쓰여진 내용이므로 편파적일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의 열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자주온다. 주말부부였던 우리부부에게 밤중 응급실은 여전히 나에게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언제인가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갑자기 성장통인가 싶다가도 너무 아프다는 말에 저녁을 먹고 병원을 가기로 했다. 그때 내가 운전을 했고, 어머님이 동행을 해주셨다. 누구보다 손녀딸을 사랑하는 분이였기에 큰 걱정을 가지시고 말이다. 이럴땐 타지라고는 하나 1시간이면 오는 거리에 있는 남편을 부를 법도 한데, 여전히 시부모님 표현으로 "멀리있는 일하는 아들"이 힘들수도 있으니 혼자의 힘 또는 시부모님의 조력으로 해결해나가곤 했다.



얼마전에도 아이가 데굴데굴 구르며 배가 아프다고 했다.


"엄마 나좀 살려줘"


아이의 입에서 나오면 안될것 같은 저말을 하며 우는 아이를 데리고 혼자 응급실로 달려갔었던 적이 있다. 다행히 아이는 이내 괜찮아져서 집에 돌아왔는데, 아이가 평일, 남편이 없는 순간에 응급실을 가야하는 때가 오면 혼자 온전히 감당해야하는 그 상황이 참 힘들곤 했다.


그래서였나? 시부모님은 늘상 무슨일이 있거든 본인들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큰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했고 고마웠다. 하지만 점차 난 그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약 두해전쯤 일이였다. 아이가 여섯살 정도였나?.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고, 때마침 집에 구비된 해열제가 없었다. 같은 라인에 사는 아이친구 엄마에게 손을 뻗어보려했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린 딸을 혼자 두고 집앞 편의점을 다녀온다는 것도 아이가 중간에 깰수도 있으니 불가한 일이였다. 남편에게 연락을 해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이미 시간도 늦었고, 술도 한잔 한 모양이였다.


도저히 답이 안나왔던터라 남편은 시부모님께 전화를 했고, 열두시가 다 된 시간에 시어머님이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한병 사가지고 집에 오셨다. 몸이 좋지않아 지쳐 잠든 손녀딸을 앞에 두고서는, 아이의 옷 타령, 아이가 덮고 있었던 이불 타령, 특히나 아이가 아팠기에 나에게는 들을 여유조차 없었던 잔소리들을 늘어놓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름이였다. 아주 얇은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있는 시원한 이불. 그 이불을 덮고 있었던 아이를 보고는,


"이런 이불을 아이에게 덮으면 안된다. 면 이불을 덮여야지. 옷은 또 이렇게 얇게 입히면 어떡하냐. 면 소재의 긴 내복을 입혀야지"




평소부터 옷과 이불의 소재에 대해 자주 언급하시던 분이셨다. 일찍 출근을 하는 나는 아이를 겨우 깨워, 잠옷차림으로 아이를 할머니집에 들여보내고 출근하곤 했다. 그러면 어머님이 아이의 아침밥을 먹이고 머리묶이고 챙겨간 옷을 입혀 유치원을 보내곤 했다. 매번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집에 가면,


"아이에게 이런 옷을 입히면 안된다.

 면 100% 인 내복을 입혀야지.

 고모얘들도 내가 키울적에 다 그렇게 했다"




도대체 면 100%는 무엇인가 해서, 아이가 입었던 내복의 택을 찾아보았다. 어랏, 면 100%라고 되어있잖아. 억울했다. 과연 어머님이 말하는 면100%의 내복과 옷, 그리고 이불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내가 입히는 아이의 옷과 이불은 죄다 마음에 들지 않는것일까. 나는 틀리고 본인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이불을 덮히라는 것인지를 모르겠어서, 남편에게 말을 했다. 어머님이 말하는 면 100%옷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으니, 필요하시면 카드를 드릴테니 어머님이 원하시는 그런 옷을 사오시라고 전했으면 한다고.


면100% 소재, 매번 그 말을 운운하며 나를 힘들게 했다. 어느날 아침에도 그 말씀을 하시길래, 더이상 안하셨으면 좋겠다는 어투로 큰 용기를 낸 나는, 이렇게 맞대응하였다.


"어머님, 이 내복, 친정언니가 아이한테 선물한 옷이예요"


친정 이야기를 하면 미안해서라도 그만할줄 알았다. 실제 그 옷들중 대부분은 우리 언니가 사다주거나 물려준 옷이 대부분이였기에, 더 내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에 불과, 어머님은 그 이후에도 매번 반복된 말을 하며 나를 지치게 했다.


'제발 그만좀 하세요' 라는 나의 내면의 말이 어머니를 향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분명하게 내가 할말을 전했어야 했나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 성격에 똑같은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가 신생아였던 시절부터, 극 신생아때만 입히던 배냇저고리의 소재가 가장 좋다며 오래 입히라고 했었던 시어머님. 그 면 소재, 면 소재 . 정말 나에게 그 '면' '면백프로' 라는 단어는 노이로제 걸린 듯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다는 걸 잘 안다.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에 본인의 생각으로 가장 좋은것이라 생각되어지는 것을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까지도 이해를 하겠다. 하지만 반복되는 말들로, 평일 남편도 없이 온전히 내가 다 받아야 하는 그 말들이 나는 점차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힘. 들. 다.



' 이제 그만좀 하시면 안되나요?'


내 마음은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아이의 양육에 있어 자립할 수 없는 우리부부, 아니 나에게는 입밖에 낼수 없던 말들이였다.


남편이라도 매일 내 옆에 있었더라면, 조금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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