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➀
결혼한지 횟수로 10년차되는, 지방소도시에 사는 맞벌이 워킹맘이다. 아이를 낳고 우리 부부는 번갈아 1년씩 육아휴직을 썼고, 아이가 3살이 되는때부터는 시댁이 사는 지역으로 이사까지 강행하면서 아이의 육아를 맡겼다.
친정은 멀어 맡길수가 없는 상황이였고, 그나마 기댈수 있는 곳은 시댁밖에 없었다. 그당시에도 몸이 좋지않은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해 남편쪽 형제간의 불화도 잠깐 있었던 터라 맘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봐주겠다는 굳건한 시부모님의 의지가 있으셨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였다. 나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10년가까이 한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내 일을 지키고 싶었던 맘이 컸던 터라, 우리부부는 결혼당시부터 타지에 있는 남편의 직장으로 주말부부를 강행하며 지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직장을 포기할껄.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고마운 부모님 덕분에 부모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고, 시부모님과 우리부부의 생활은 정말 밀착되었다. 매일 아침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얼굴을 뵈었고, 매일 저녁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일상을 공유했다. 주말을 함께 종교생활을 했고, 같이 외식을 했으며, 집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어머님이 주로 계시는 주방에서 우리 집의 거실이 보였던 터라, 우리가 외출을 했는지 아닌지도 의도치않게 늘상 보셨고, 아파트 단지 내 산책을 하면서도 우리집에 불이 켜져있나 없나 살피기도 하셨다(물론 나쁜 의도는 없었을테다). 우리 역시도 지나가며 시부모님이 댁에 계신지, 어디 외출하신건지 무심결에 살피기도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이 지내왔다. 주말에만 오는 남편이였지만, 우리 세가족은 부모님과 함께 밀착되어 모든 생활을 의도치않게 공유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나의 좁은 마음그릇때문이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것들이 관심이 아닌 간섭으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나의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은 늘 그대로의 모습이셨는데,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변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힘이 든다. 그 관심들이 간섭으로 느껴져서 그만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찬찬히 풀어나가겠다. )
그리하여 나는 2023년 5월, 내가 나에게 선언하였다.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기위해서는 시댁과 거리를 두는 것이 맞겠다. 관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이의 여백이라고 누군가 말했더랬다. 나도 그 여백을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만들어 나가려한다. 내가 거리를 두는 이유가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의 이 어긋난 마음과 행동을 합리화시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살려면 이 선택은 불가피하다. 단순한 고부갈등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세가족의, 우리 딸의, 우리 남편의,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나의 마음을 지키면서 화목하게 지내기 위한 길은 이것밖에 없다.
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