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에서 살아남기 - [1] 12/19/2022

볼더,콜로라도에서 살아남기 - [1] 12/19/2022

by 설규을
살기 좋은 도시 대전 그리고 볼더, 콜로라도

수련회 가기 하루 전, 군대에서 휴가 가기 전날, 전역 전날 등등 나는 사실 중요한 날 전에는 잠이 그렇게 안 오는 사람이다. 그저 긴장하고 걱정하다가 3,4시간 깜빡 잠들고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사람이다.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와서 그런가 보다.


설렘과 긴장을 머금은 채로 잠에서 깼다. 믿기지가 않는다. 분명 며칠전까지 호주에 있었고, 싱가포르에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니. 그것도 이번에 가면 6개월 넘게 한국에 안 온다. 이게 진짜 현실감이 없다. 내가 영어로 적응할 수 있으련지, 아니면 연구를 할 수 있으련지 모든 순간이 나에겐 시험일 것이다. 시험을 잘 볼 수도 있고, 즐길 수도 있지만, 시험을 못 볼 수도 있지 않는가.


대전에서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미국에 가기 전에 휴게소 음식이 먹고 싶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유일하게 허락한 휴게소 음식을 골랐다. 통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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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으로 도착했다. 제2터미널로 내려서 체크인을 하려는 줄을 기다렸다.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표는 꼭 체크인이 필요했다. 줄에서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던 도중 하나의 메일이 도착했다.

IMG_8381.png 미국 생활의 액땜인가?


미국 국내선 비행이 취소됐다는 메일이었다. 근데 우리가 집 입주도 12/20(화)이고, 내가 교수님을 보기로 한 날짜도 12/20(화)이었다. 그런데 항공사에서 미안하다고 제공해준 날짜는 12/21(수)였다. 물론 항공사에 제공한 날짜를 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더 소중했다. 집 계약을 하루 바꾸는 것도 부담이었고, 교수님과 면담을 바꾸는 건 더욱 부담이고 교수님이 마침 12/21일부터 여행을 가서 콜로라도에 있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돈을 버리더라도 시간과 약속을 택했다. 우린 다른 국내선을 예약하려고 했고, 놀랍게도 국제선 Boarding 40분전까지 계속 노트북으로 결제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결제를 했고, 시애틀 공항에서 약 5시간 정도 있다가 덴버로 가는 국내선을 타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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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국제선을 탔다. 불과 몇 주전에 탄 국제선 비행기였지만, 설레는 마음이었다. 기내식은 비프 스튜를 그리고 나중에는 흰 죽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저번 호주 여행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많이 남겼다. 저번 여행에는 신나서 라면도 먹고 와인도 먹고 과자도 먹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다 먹지 못 했다. 그냥 창 밖만 하염없이 봤는데 너무 좋았다. 출발할 때의 노을과 일몰은 파란색부터 점점 붉어지는 산란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밤 하늘에 별과 나만 있는 듯했다. 별이 쏟아졌다. 항공우주공학과 학생이 항공과의 상징인 비행기를 타며 밤하늘의 우주를 관찰했다. 내가 이 전공을 택해서 참 다행이고, 이 전공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FA761756-D852-422B-8FBB-E534297C49F4.jpeg 노을, 일몰, 밤하늘, 그리고 아침.

눈을 붙이고 나니 시애틀에 거의 도착했다. 10시간비행밖에 안 되는 짧은 비행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구름과 산이 있었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웅장함에 놀랐다. 구름이 땅을 만드는 것처럼 시야 끝까지 가득찼다. 하얗고 움직이는 구름이었다.


시애틀에 도착했다. 아침 9시쯤이었고, 환승까지는 6,7시간 정도 남았다. 시애틀 공항은 생각보다 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대로 걸어가면 짐 찾는 곳이 나온다. 여기는 짐을 찾고 나서 Immigration을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우리의 캐리어가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줄이 한창 뒤로 밀렸다. 그 상태로 약 한시간정도 기다리니까 Immigration줄에 들어갔고, 거기서는 5분정도 기다리니까 바로 거기에 있는 직원과 이야기를 했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작게 들려서 귀를 바짝 대고 최대한 웃으면서 밝게 대답했다. Secondary room을 간다고 해서 무조건 큰일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그러나 생각보다 친절했다. 조금 긴장된 순간은 내가 손에 땀이 있어서 지문이 인식이 안됐다. 그때 괜히 소리치면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할까봐 걱정됐다. 전체적으로는 친절하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스탠스여서 편하게 했다. 그리고 Immigration을 통과하고, 다음 국내선 비행기 체크인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12시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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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줄과 커피보다 비쌌던 물. 빙하수 어쩌고 인데, 저게 가격이 4.7달러이니 한병에 6천원인 물을 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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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외로 짠 프레치 어니언 Soup.

공항에서 우리가 타려던 게이트까지 이동하니 비행기 시간까지 3시간정도 남았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Soup과 물을 하나 샀다. 근데 물이 엄청 비싼 물이었다. 친구가 산 커피가 4.3달러였는데, 내가 산 물이 4.7달러였다. 6천원정도되는 물을 산 것이다. 나는 그냥 단순하게 물 한병이었는데, 알고보니 엄청난 사치를 부린 사람이 됐다. 물과 스프를 먹고 난 후에는 시차때문에 잠이 꾸벅꾸벅 왔다. 너무 졸린 나머지 식탁에서 조금 졸다가, 게이트 앞으로 가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비행기는 3시 45분출발이었는데, 날씨때문에 4시반으로 연기됐다. 그러다가 시간을 보내고 나서 비행기를 탔다.


국내선 비행기는 친절했으나, 내가 너무 졸려서 아무 서비스도 못 받았다. 정말 피곤했다. 그리고 내 왼쪽에 아바타에 나오는 퀴디치 대령같은 사람이 계셨는데, 정말 신사같은 사람이었다. 옷도 클래식하게 입고 코트까지 입으니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멋졌다. 어쨌든 덴버에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6개월동안 머물 콜로라도 주의 주도였다. 덴버에서 공항 근처에 Aloft라는 곳에서 하룻밤 잘 것이다. 스물몇시간만에 샤워를 하고나서 내일 있을 미팅을 준비했다. 앞으로 많은 모험이 기다릴 곳이다. 진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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