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을 읽고

by 설규을

명작이란 "모두가 읽은 척 하지만, 실은 아무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처럼 나는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마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걸러진 작품들이니, 실패도 적고, 너무 신진작품보단 사람들과 이야기할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이번에 읽은 작품은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이다.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20286

무진기행은 주인공(윤희중)이 자신의 고향인 무진으로 내려가면서 생긴 2박3일간의 일상과 탈일상들을 적은 것이다. 나는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 한국 근대소설의 대표자들 중 한 명인 김승옥 작가의 대표작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면서 읽었다. 또한 짧은 단편(40쪽 남짓)이라서 편하게 읽었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의 가치를 느끼지 못 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나(윤희중)'는 본인의 고향인 무진으로 일주일간 내려간다. 서울에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나'는 서울에 있는 제약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이는 본인의 고향에서는 유명한 잘된 사례로 포장되고있었다. '나'는 중학교 후배인 '박'을 만났고, '박'은 '나'에게 이 말을 전해줬다. '나'와 '조'라는 '나'와 어울리면서 다녔던 친구가 본인 중학교에서 가장 잘 출세한 사례들로 널리 알고있다고 한다. '조'는 고등고시를 통과하고 무진으로 다시 돌아와서 세무서장을 하고있다.


'조'도 볼 겸해서, '박'과 '나'는 '조'의 집으로 간다. 이때 술 자리가 먼저 있었고, 동석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이때 여주인공 '하인숙'이 있었다. '하인숙'은 서울에서 성악으로 대학까지 나오고, 음악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아 무진으로 내려온 사람이었다. '박'과 '하인숙'은 같은 중학교의 국어선생님,음악선생님으로 근무중이다. 그리고 '박'은 '하인숙'을 짝사랑한다. 술자리에서 '조'는 '하인숙'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시킨다. 이 모습을 본 '박'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인 '하인숙'이 술자리에서 부르라고 하니까 노래를 부르는 모습, 그리고 하필 '하인숙'의 전공과도 거리가 먼 유행가를 대뜸 부르는 모습에 실망과 분노를 담아서 '나'에게 투덜댄 후에 술 자리를 나간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딱히 따라 나서지 않고, 다시 술자리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하인숙'과 '나'는 술자리가 끝나고 나서 같이 걷게 되는데, 이때 묘한 기류가 흐른다. '하인숙'은 '나'에게 서울로 꼭 데려가달라고 하고, '나'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하인숙'을 딱히 쳐내지 않는다. 심지어 그 다음 날인 토요일 오후에 같이 만나자는 '하인숙'의 제안도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그 다음날인 토요일, '조'가 자신의 오피스로 와달라는 쪽지를 본 '나'는 어머니 산소를 들리고 오전에 시간이 붕 뜨기에, '조'의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 '하인숙'을 자신의 신부감으로 삼는가?"

"자네는 돈 많은 과부를 빽 삼아서 결혼했는데, 그렇게 삐쩍 마른 음악선생과 내가 결혼하는 꼴을 보아야 자네 속이 다 시원하겠는가?"

'조'는 이렇게 '하인숙'을 얕잡아 보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하인숙'이 보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박'이 '하인숙'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전부 '조'에게 보여준다는 말을 듣고는 '나'는 '하인숙'이 보고싶지 않아졌다.


이러다가 '하인숙'과의 토요일 오후 데이트에서 '나'는 '하인숙'과 분위기에 휩싸여 잔다. 그러면서 '나'는 '하인숙'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과 집착을 느낀다. 그러나 '하인숙'의 말처럼 일주일간만 멋진 연애를 하기로 했기에 '나'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다음날인 일요일, 서울에 있는 아내로부터 급한 전보를 받고, '나'는 '하인숙'에게 '과거의 자신이 너한테서 보이기 때문에 사랑했다. 서울에 올 준비가 끝나는대로 연락할테니, 기다려라' 라는 편지를 적었다. 그러나, 그 편지를 찢어버리고 '나'는 무진을 떠난다.


지금까지가 스토리 라인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현대인의 일탈과 고뇌였다. 일에 치이는 서울과 본인의 과거 혹은 본인의 어릴 적을 상징하는 고향인 무진과의 대비를 통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인과 같은 소설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내가 느끼기엔 그냥 바람피는 소설이다. 바람을 피면서, 합리화하는 멘트들과 느끼한 멘트들까지 솔직히 이 소설의 가치를 느끼기엔 이 주인공들이 찌질했고 느끼했다.


이 무진기행이라는 소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고, 대부분의 호평은 문장력과 문체였다. 이 소설이 나온지 60년이 지난 지금 읽기에는 문장력이 대단한지는 모르겠고, 아마 동 시대의 다른 소설을 더 읽다보면 생각이 달라질수도 잇다, 내용 자체가 별로였다. '나'라는 인물에 공감과 연민을 느끼지 못 했다. 적어도 2025년을 사는 '나'에게는 무진기행의 '나'의 모습은 설득력이 없었다.


생각보다 별로인 '명작'소설들이 나한테는 몇 개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유려한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공감하지 못 했다. 또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렇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여자를 너무 도구 처럼 생각하는 주인공이 나한테 설득력을 주지 못 했다. 물론 '무진기행'의 '나'가 그정도까지 여자를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냄새가 난다.


생각보다 별로였던 '무진기행', 그래도 잘 읽엇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불편하지만 느긋하게 앨범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