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처니 Jun 29. 2022

그 씁쓸함에 대하여(2)

철이

철이는 자신의 아빠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 .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저만 사과하면 끝나는 건가요?”

. .그럼 저만 사과하면 되겠네요하필 날 이렇게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하다니.

철이의 아빠는 아이를 어쩌지 못해 소리만 지른다.

가만히 좀 있어!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경찰관들은 일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며 진즉에 자리를 떠났고 이런 답답한 상황이 3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되었다.      

철이는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범주에 있는 아이로 보였고, 치료와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알았다 해도 지켜 본대로라면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 메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어 안타깝기까지 했다.

이럴 때 전문가라는 존재가 필요했다. 내가 입 밖으로 내기에 민감한 말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답답한 상황은 이어 졌다.      

철이 아빠의 사과는 물론이고 아이에게도 사과를 요구했다.

아이가 계속 비아냥거리는 통에 나는 이성을 붙잡고 있는데 진을 빼야만 했다.


. . 죄송합니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한다.     

사과라는 건 잘못을 인정할 때에 할 수 있는 거야. 지금 철이가 하는 건 사과가 아닌 그냥 말을 하는 거고.”

. 저만 잘못했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잘못했다구요!” 한다.     

아줌마는 오늘 여기서 밤을 샐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니 오늘 여기서 밤을 새워서 너랑 이야기 하고 너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을 거야. 아줌마 아들도 아줌마와 같은 생각이고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철이는 그제서야 눈치를 살핀다. “형 아까 내가 그랬던 것 미안해하며 내 아이의 앞으로 다가온다.

나도 동생들과 욕하고 놀아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내 아이가 말하니 나는 그 사과 안 받아한다. 

철이와 주고 받을 대화는 아닌듯한데, 어쨌든 철이에게 사과를 한다.

어안이 벙벙해져 말문이 막혀버린 아이 옆에서 철이에게 얘기했다.

형아는 너에게 사과를 한다고 했어. 너는 그 사과를 받기 싫다고 했고. 사과를 받든 안 받든 선택은 너의 몫이고 네가 선택했으므로 존중할게. 안 받아도 돼.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우연히 형을 마주쳤을 때 하지 않아야 할 제스처를 취한다면 그때는 아줌마가 절대로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오래 걸려 많은 사람이 힘들었지만 이제라도 네가 인정하고 사과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용기 냈었을 거야     

하지만 돌아 온 대답은 제가 사과하니 고맙다는 거잖아요?” 끝까지...

어 맞아. 네가 인정하고 사과를 했기 때문이고 용기를 내준 것에 고맙다는 거야. 아줌마 마음은 이러하니 어떻게 생각할지는 너의 몫이야     

짧은 왜마디 툭 던지고는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아이의 아빠는 아직 남아있다.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는 살면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참 많이 겪게 된다.     

오늘 내게 닥친 고비는 어른이라 말하는 나를 시험하기에 충분했다. 불현 듯 2년 전 그 날이 떠올랐다.     

어른만의 일이었더라면 해결이 조금은 쉬웠을까.

별반 다르지 않은 건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 또한 미숙할 때가 많다. 그런 어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미숙한 아이, 이제 125학년 아이와의 일이다. 게다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 과연 처벌만이 능사인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밤 늦게야 집에 들어왔다. 아이의 몸과 마음을 살폈다. 속상하고 화 난 감정을 아이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아이는 여전히 훌쩍인다.      

철이를 경찰서에 끌고 가지 않은 것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용서해준 나에 대해 원망을 하고 있었다.

아이와 나는 오랜 시간 얘기하고 이해해야 했다.     

충격으로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를 만지고 쓸어 주며 너를 꼭 지켜주겠노라고 다짐한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침이 되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산책을 나가자 놀이터의 지킴이 엄마들이 우루루 내게 모여 든다.     

별별 엄마, 참 답답하게. 아니 그걸 왜 봐줘? 나 같으면 가만 안뒀다

바로 경찰서를 끌고 갔어야지. 그런 것들은 처벌 받아야 돼     

그들에게 나의 생각을 주절주절 말할 기운이 없다.

그런 생각은 나도 내내 했지. 그런데 아이잖아. 처벌만이 묘안은 아니라고 생각 했어     


예전, 지금보다 어린 시절의 엄마인 나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라면 처벌이라는 좁디좁은 생각만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때보다 조금은 넓어진 지금이 나 스스로 편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며칠 뒤!

이야기는 학교에 퍼져있었다.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전화를 하셨고 그날 놀이터에서 예상한 그 모습이 사실 이었음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내 아이가 무릎을 꿇고, 그것도 한 살 어린 동생 앞에서 그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하셨다. 나 또한 그랬다.

철이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때에는 눈빛에 살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다. 그제야 내 아이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철이의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 쪽 학교로 전화를 하셨다. 전화를 받은 교무실 선생님과 얘기를 하고는 따로 담임선생님과는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아이가 이미 보호가 필요해 주시하고 있으며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다고. 파출소에서도 알고 있다고.      

담임선생님께서는 외출 시 당분간은 아이와 동행해 달라며 내게 당부 하셨다.


뒤숭숭함이 온 몸을 휘감는다.     

이전 12화 그 씁쓸함에 대하여(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