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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Feb 25. 2022

맛도 없고 쓰기만 한 소주를 왜 마셔 ?

소주한잔 / 임세규

소주한잔 /  임세규

투명한 액체 홀짝 넘긴다
쓰다
어제 마신 소주한잔

알콜의 향기 홀짝 넘긴다
달다
오늘 마신 소주한잔

삼촌
어른들은 맛도 없고 쓰기만 한
소주를 왜 마셔..

글쎄
머뭇 머뭇
네가 어른이 되면 알겠지

쓰다가 달다가
인생 희노애락
소주 한잔에 담겨 있음을..


[ 시해설 ]


그 때가 아마 초등학교 1학년 즈음 일겁니다. 집에 손님이 오셨어요. 아버지와 손님이 대화를 나누시며 ' 홀짝 홀짝 ' 하얀 물을 드시는데 말이죠. 엄청 맛있게 보였지요.


어머니가 깎아준 사과 한 접시를 갖다 드렸는데 손님이 용돈 하라며 500원 짜리 지폐를 주셨습니다. (그 때는 500원이 동전이 아닌 지폐 였고 큰 돈이었어요.^^)


아버지와 주거니 받거니 마시는 액체에서 무슨 이상한 냄새를 맡았지요. 참 궁금 했어요,


'  그것 참.. 무슨 맛일까? '


손님이 가시고 술상이 남아 있데요. 이때다 싶어서 몰래 홀짝 마셔 봤지요.


' 윽.. 세상에나..  뭔 이런 맛이.. '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런 쓰디 쓴 물을 왜 마시는 건지 말이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였어요. 이번엔 삼촌이 소주 한 병을 저녁 반주로 드시데요. 물어봤지요.


삼촌
어른들은 맛도 없고 쓰기만 한
소주를 왜 마셔..


눈만 꿈뻑꿈뻑 하던 삼촌이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랬습니다.


'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면 알껴.. '


아이는 자라서 20, 30, 40을 지나 50이 되었습니다. 소주한잔의 쓰고 달달함에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음을, 호기심 많던 아이가 삼촌의 말을 알게 되고 어른이 되어서 점점 더 깊어지는 소주의 맛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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