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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Jun 09. 2022

향기 / 임세규

향기 / 임세규


잿빛 하늘, 회색빛 구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아스팔트 위로 빗줄기가 후두두

내려온다


땅을 적시며 올라오는 봄비 그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젊은 날 잠시 군인이 되었을 때

한여름 사격장 k2 소총 끝에

달려있던 화약의 향기


사십 킬로미터 완전군장의 행군 속

잠시 쉬어가라 제 그늘을 내주며

시원한 바람을 불러주던

플라타너스의 향기


어스름한 저녁 무렵 당신과 함께

산책하며 바라본 한강 둔치에

하늘거리며 춤추듯 이제는 가을이라

알려주는 코스모스 향기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해야만 할 것 같은

첫눈 오던 날, 눈이 온다며 전화기 건너편

설렌 당신의 향기


삶에는 그 흔한 향기가 있음에도

우리는 그 소박한 향기를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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