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 임세규
잿빛 하늘, 회색빛 구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아스팔트 위로 빗줄기가 후두두
내려온다
땅을 적시며 올라오는 봄비 그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젊은 날 잠시 군인이 되었을 때
한여름 사격장 k2 소총 끝에
달려있던 화약의 향기
사십 킬로미터 완전군장의 행군 속
잠시 쉬어가라 제 그늘을 내주며
시원한 바람을 불러주던
플라타너스의 향기
어스름한 저녁 무렵 당신과 함께
산책하며 바라본 한강 둔치에
하늘거리며 춤추듯 이제는 가을이라
알려주는 코스모스 향기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해야만 할 것 같은
첫눈 오던 날, 눈이 온다며 전화기 건너편
설렌 당신의 향기
삶에는 그 흔한 향기가 있음에도
우리는 그 소박한 향기를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