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세규 Jun 27. 2022

아내가 운다 / 임성용   

시 해설 / 임세규

아내가 운다 / 임성용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 통장과 육십만 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음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만나지를 말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하나씩 부러지는 아내의 뼈
진짜 아픈 건 뼈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지
허약한 꿈을 믿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악몽인가


차라리 악다구니를 쓰고 멱살을 잡고
집을 뛰쳐나가 끝장을 내는 것보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싱크대 서랍에 약봉지를 숨겨놓고
또 아침이면 일하러 나갈 때

나는 솔직하지 못한 그 꿈이 두렵다


시 해설 / 임세규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요.. 아마도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데 아내가 애써 모은 적금을 깨야 할 정도로 목돈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좋은 일에 쓴다면 아내가 그리 울지는 않겠지요.


열심히 살아왔지만 삶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질 않습니다. 때때로 밀려드는 허무함의 본질은 아무리 애써도 제자리인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아닌 듯싶습니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다시 마음을 잡고 일하러 가는 모습에서 마음이 저려옵니다.


애초에 아내가 울지 않게 해야지요. 적어도 남편으로 인해 울어서는 더더욱 안되지요.


남편의 모습에 다소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솔직한 마음을 잘 표현한 시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 양애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