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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Jun 29. 2022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 양애경

시 해설 / 임세규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 양애경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안녕, 오랜만이네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 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으레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생이 아닐지라도
잘 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시 해설 / 임세규


또 다른 잔잔한 사랑을 맛봅니다. 사랑은 함께 있고 같이 걷는 길이라 믿었던 우리. 그러나 종종 사랑은 서로의 갈길로 배웅을 해주곤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갈길로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교차로에서  안부를 묻습니다. 몸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조용히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사랑 참 묘합니다. 변하기도 하고, 계속될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식어버리기도 하고, 애증으로 남아 이어지기도 하고.


지나 보니 알겠습니다. 사랑은 으레 고통이 따른 다는걸요.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나이가 되어서야만 알 수 있는 거죠.


이젠 서로 다른 길을 걷다가 가끔  생각나면 기도 합니다. 이번 생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라고 말입니다.


교차로에서 잠시 멈춘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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