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는 함함하다 /신현정
시 해설 / 임세규
고슴도치는 함함하다 /신현정
나는 고슴도치가 슬프다
온몸에 바늘을 촘촘히 꽂아놓은 것을 보면 슬프다
그렇게 하고서 웅크리고 있기에 슬프다
저 바늘들에도 밤이슬 맺힐 것을 생각하니 슬프다
그 안에 눈 있고 입 있고 궁둥이 있을 것이기에 슬프다
그 몸으로 제 새끼를 끌어안기도 한다니
슬프다
아니다 아니다
제 새끼를 포근히 껴안고 잠을 재우기도 한다니
나는 고슴도치가 함함하다
시 해설 / 임세규
'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거칠고 억 센털로 보이지만 엄마의 눈으로 보면 부드럽고 반지르르한 털로 바뀌지요.
제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아침에 늦게 깨웠다며 어머니께 화를 내고 출근했지요. 그것도 새벽같이 일어나 아들 밥을 준비하신 어머니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한 채로 말이지요.
내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머니께 오히려 성질을 부린 거죠. 사실 하루 종일 일을 하며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저녁에 집에 가서 ' 죄송해요 ' 한마디 하면 될 것을 무뚝뚝한 아들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어떤 마음 이셨을까요.. 이 시를 읽으면서 모성애를 떠올립니다. 부성애도 포함되겠지요.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더니 제가 실감하고 있네요.
스무 살이 되어도 아직 가끔은 사춘기의 감성이 남아 있는 듯 까칠한 첫째 딸을 보면서 고슴도치가 뾰족한 털을 가진 제 새끼를 품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