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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Jul 07. 2023

우리 집은 요리하는 마음을 먹고 산다.


건널목 앞의 과일가게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작은 홈플러스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 된다. 과일과 채소를 같이 판매를 하는데 맛이 좋다. 게다가 3만 원 이상 사면 콩나물이나 순두부를 덤으로 준다.


참외 2만 원, 자두 1만 원어치와 장바구니에 공짜로 실려온 콩나물이 싱싱하다.


 ' 뭘 요리할까.. '


'그래, 콩나물 김칫국이 좋겠다 '


레시피를 찾아본다. 유튜브와 블로그에 있는 김칫국이 참 다양하다. 어느 것으로 해도 맛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화려한 레시피로 요리한 음식이라도 우리 집 식구들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친 후 드디어 찾아낸 입맛이 있다. 꾸미지 않은 맛을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한다. 요리 재료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맛이라고 할까. 이를테면 미역국 같은 경우 조미료를 넣지 않고 원재료의 자연스러운 맛이 나는 걸 원한다.


사실 국물 요리에 다시다를 넣으면 감칠맛이 확 돈다. 맛이 더 좋다. 조미료의 대표주자에는 다시다가 있다. 다시다는 1975년 출시 이후 고유명사로 불릴 정도로 국민들 마음에 자리 잡혔다. 국물요리를 유독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파악한 조미료다. 복합 조미료라는 기술적 성공도 있지만 마케팅 또한 다시다를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 그래, 이 맛이야~ '라는 배우 김혜자의 표정과 목소리는 더욱더 소비자를 다시다의 맛으로 이끌었다. 김혜자는 최장수 단일 제품 광고 모델로 기네스기록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무려 40년 동안이나 다시다를 친근한 국민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왜 하필 조미료 이름이 다시다일까? CJ 제일제당은 1975년 처음 출시 할 때 직원들에게 브랜드명을 공모했다. 이때 다시다의 이름이 탄생되었다. '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 ' 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내 나이가 50대 초반이니 다시다를 40년 이상 먹어왔다. 국물 한 숟가락을 꿀꺽 삼킬 때 입안에 사악~ 도는 감칠맛은 오랜 세월동안 먹어왔어도 묘하게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와 딸아이들은 조미료 맛을 은근히 싫어한다. 미역국에 다시다를 조금 넣었는데 기가 막히게 눈치챈다.


몸에 좋지 않다는 MSG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혹시 식품회사의 경제 논리에 의한 결과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연구 결과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인공적인 맛보다 자연 그대로의 맛이 건강에 좋은건 당연하다. 그러나  MSG를 쓰지 않는 식당은 거의 없을 듯하다.


콩나물 김칫국을 우리 집 방식대로 끓여본다.


[ 재료준비 ]


신김치 500g, 콩나물 300g, 청양고추 2개, 대파 1대, 다진 마늘 1T,  국간장 2T, 소금, 멸치 육수팩 1개.


[ 요리시작 ]


1. 5인분 기준 물 2L를 끓이고 육수팩으로 국물을 우려낸다. (물이 끓은 후 10분 정도 있다가 건져낸다 )

2.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신김치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강불에서 끓어오를 때까지)

3. 약불로 바꾼 후 뚜껑을 덮고 15분 정도 끓인다.

4.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중불에서 콩나물을 넣은 후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끓인다.

6. 대파와 청양 고추를 넣고 마무리한다.


[ 완성 ]


먹음직스러운 콩나물 김칫국을 메인으로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아내가 한술 뜨더니 맛있단다.


" 이야 ~ 아빠가 끓인 김칫국이 최고로 맛있다 ~ "


요리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간조절을 할 줄 몰라 싱겁고 짜고,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어보니 이제는 감이 온다. 좋은 레시피들이 블로그와 유튜브에 많이 있다. 주말마다 하나하나씩 고르는 재미도 있다.


요리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하지만 먹는 이의 공감이 통해야 진정한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조미료를 넣으면 확실히 국물 맛이 살아난다. 그러나 나는 조미료 대신 시험 공부 하느라 힘들었을 딸아이와 하루종일 고객응대를 하는 아내를 위해 뜨끈한 마음을 넣는다.


내가 만든 콩나물 김칫국을 먹는 식구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다. 요리란 어쩌면 마음을 공유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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