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등기 오류, 압구정 재건축을 멈춰 세우다

46년 전 수기 등기의 실수가 1232세대를 볼모로 잡다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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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전 수기 등기의 실수가 3조원대 재건축 사업을 위협하는 이유


1978년 가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한양아파트가 준공되었다. 당시로서는 최신식 아파트였고, 1232세대 입주민들은 강남 개발의 첫 수혜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아파트 대지지분 일부가 여전히 건설사 명의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압구정5구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압구정3구역 역시 시공사였던 현대건설 명의로 대지지분이 등기되어 있다. 1970~80년대 전산시스템 없이 수기로 진행된 등기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들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재건축이라는 '제2의 개발' 시점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행정적 실수가 어떻게 현재의 재건축 사업을 마비시키는지 그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다.


수기 등기 시대의 구조적 한계


1970년대 대한민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1972년 서울 영동지구 개발 착수를 기점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문제는 이 시기 등기 업무가 전적으로 수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등기공무원이 손으로 직접 등기부등본을 작성했고, 대지지분 계산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1000세대 아파트라면 1000건의 개별 등기를 각각 수기로 처리해야 했다. 전산 검증 시스템이 없었으니 오류 발견 및 교정 메커니즘도 없었다. 급증하는 아파트 등기 수요 대비 등기공무원 수는 턱없이 부족했고, 건설사의 빠른 분양·입주 요구는 졸속 처리를 부추겼다.


압구정3구역과 5구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일부 대지지분이 건설사 명의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건설사가 토지를 매입해 자기 명의로 등기한 후 아파트를 건설하고, 분양계약 체결 후 입주민에게 구분소유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세대의 대지지분 이전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계산 오류나 서류 누락으로 일부 대지지분이 건설사 명의로 잔존했고, 입주민들은 등기부등본을 상세히 확인하지 않았으며, 건설사도 사업 종료 후 정리 과정에서 확인에 소홀했다. 그렇게 40~50년이 흘렀다.


366억원 vs 3조원, 숫자로 본 충격의 규모


압구정5구역의 경우 BS한양(구 (주)한양) 명의로 남아있는 대지지분은 한양1차 아파트 약 179.179㎡(약 54평), 한양2차 아파트 약 427.767㎡(약 129평) 등 총 606.946㎡(약 183평) 규모다. 압구정동 일대 평당 시세를 2억원으로 계산하면 이 땅의 가치는 약 366억원에 달한다.


압구정3구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구 한국도시개발), 서울시가 부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는 필지는 총 15개로 면적은 5만2334㎡다. 압구정3구역 전체 면적 36만187.8㎡의 약 7분의 1에 해당한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9개 필지 4만706㎡를, 서울시가 6개 필지 1만162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압구정동 아파트 가격이 평당 2억원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보유한 토지 가치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숫자의 차이는 크지만 본질은 같다. 1970년대 등기 오류가 2025년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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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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