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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05. 2021

용인 광교산 나들이

초보 등산 추천 코스

2020년 125일


원래 12월부터는 스키장에 다녔는데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계속 유지되면서 사람으로 붐비는 스키장 다닐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다. 대신에 지니님이 등에 눈을 떠서 사람이 적은 등산로 위주로 다니기로 한다. 등산을 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방법은


1. 등산 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계속 착용한다.

2.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요 등산로를 피해서 다닌다. 다른 등산객이 있을 경우 멀리 떨어져서 다닌다.

3. 산 정상이나 쉼터 등의 사람이 많은 곳은 오래 있지 않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충분히 둔다.


정도가 있다. 이상하게 등산객들 중에는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많으니 다른 등산객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점심을 조금 일찍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그리 멀지 않은 용인 수지에서 시작하는 광교산 등산 코스를 다녀오기로 한다. 용인 수지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출발하는 성지바위산을 거치는 광교산 등산 코스는 이 시기에는 꽤 한적한 곳이다. 수지 성당 근처의 아파트 옆으로 난 차량 출입 통제된 이상한 도로로 들어가면  막다른 곳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들머리가 여러 군데에 있어 수지 성당 근처 어디서든 등산로로 들어가면 된다. 이 근처에는 성지바위산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가 다양하게 있는데 결국 능선에서 다 합쳐진다. 능선에서 합쳐지면 등산객이 모일 테니 사람이 많을 수도 있지만 보통 주말 점심 이후에는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곳이다.


이쪽 등산로는 예전에 산악자전거로 두어 번 다녀간 적이 있는데 산악자전거가 종종 다니는 등산 코스는 바퀴 달린 것이 갈 수 있을 정도로 등산 계단이 적고 경사가 낮은 부드러운 길이다.


길이 거칠지 않고 조금 높은 동네 뒷산이라 운동화 차림으로도 갈 수 있을 정도다.


이정표가 나타났다. 수지성당 근처에서 출발하면 광교산 정상까지 6.8km 정도니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내가 이 근처를 산악자전거로 다녔던 것도 10년이 지난 이야기다. 지금은 수도권의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다른 산들처럼 산악자전거 출입 자제 현수막이 붙. 산악자전거들은 등산객이 적은 길을 주로 이용하는데 그 등산로에 등산객이 많아지면 민원이 들어와서 이런 식으로 산악자전거가 쫓겨난다. 산악자전거가 주로 다니던 길에 산악자전거가 통제되고 등산객이 늘어나면 그때부터 등산로가 급격하게 망가진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니 등산로 갈림길에서도 길 찾는 게 어렵지 않은 코스다. 간중간 쉼터가 많지만 다른 등산객들이 있으니 쉼터에서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


나는 등산로의 인공적인 등산 계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등산계단이 나타난다.  


오르막길만 7km 가까이 되지만 걷다 보니 정상에 꽤 가까워진다. 렵지 않고 부드러운 등산로라 초보자들에게 추천할만한 곳이다.


기괴한 장승들이 있다.


중간에 작은 헬기장도 있다. 광교산 자체가 헬기장이 여럿 있는 산이다.


헬기장을 지나면 이제 정상까지 얼마 안 남는다. 루봉 전에 나오는 작은 봉인 수리봉은 그대로 지나쳐간다.


광교산의 정상인 시루봉 전망대가 나타났다.


시루봉 데크 밑에 길고양이들이 산다. 나도 고양이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야생 고양이들은 산의 작은 야생 동물들을 엄청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에 산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다.


해발 587m의 광교산 시루봉에 도착했다. 여기 능선이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다. 수원에 살 때는 광교산에 밥 먹듯이 드나들었는데 오랜만에 온 것 같다.


정상에 올랐으니 이제 내려간다. 백운산 쪽으로 통신대를 지나 내려가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와서 길을 잘못 들었다. 루봉에서 보이는 통신기지가 백운산 방향이고 그 너머로 우담산 바라산을 지나 청계산으로 이어지는데 오늘은 가볍게 광교산만 다녀간다.


토끼재로 왔으니 상광교 종점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계단이 많은 길로 한참 내려가면 광교 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 옆으로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에 한남정맥 표지판이 있다. 한남정맥은 용인 일대부터 강화도 앞까지 이어지는 긴 산맥이지만 개발로 인해 워낙 많이 파괴되어 이제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작은 저수지에 얼음이 얼어있다. 얇게 표면만 얼었겠거니 했는데 내가 던진 묵직한 돌멩이에 꿈쩍도 안 할 정도로 두꺼운 얼음이다.


동네 개 두 마리가 여기서 놀고 있다. 등산객들을 무서워하는지 사람 근처에는 오지 않는다.


상광교 종점은 말 그대로 버스 종점이다. 마침 시내로 가는 13번 버스가 출발 대기 중이라 화장실에 들렀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수원 광교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화장실 이야기다. 여기 상광교 종점에는 다슬기 화장실이 있고 아래 경기대 후문 쪽의 등산로 입구에는 1999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된 반딧불이 화장실이 있다. 수원은 화장실과 관계가 깊은 도시다. 전 수원시장과 현 수원시장은 세계 화장실 협회의 회장이며 수원에는 전 수원시장이 만들어 기증한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도 있다. 화장실이라 하면 더러운 느낌이지만 반대로 가장 위생에 신경 써야 할 시설이기도 하기에 수원시에서는 화장실에 많은 신경을 쓴다. 화장실은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의 출발점이기에 요즘 같은 팬더믹 시기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광교산만 다녀온다면 산행 시간 자체는 엄청 오래 걸리는 산은 아니라서 우리도 점심 식사 후에 다녀왔다. 다만, 우리가 다녀온 상광교 종점이나 수지성당은 지하철역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오게 되면 등산로 앞까지 이동하는 데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광교산은 꽤나 큰 산 덩어리인데 수원과 용인의 경계를 막아 수원에서 성남 분당 쪽으로 가려면 꽤나 돌아가게 만든다. 그만큼 산의 규모가 수도권 치고는 큰 편이지만 수도권의 다른 산에 비하면 등산로에 위험한 구간이 없고 중간에 어렵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는 구간이 많아 초보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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