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조선대학교 병원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잃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by 정유선

하얀 병실 벽과 기계음, 간간이 들리는 간호사 발걸음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투병으로 지친 몸은 움직일 힘조차 없었고, 숨만 쉬어도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바깥세상의 작은 즐거움조차 닿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약과 치료, 긴 기다림 속에서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밤이면 공포와 외로움이 몰려왔습니다. 몸속에서 병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예기치 못한 통증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흰 시트, 스산한 냄새가 온몸을 감쌌습니다. 그럴 때면 간절히 창밖 하늘을 보고 싶어 졌습니다. 멀리서도 좋으니, 그 푸른빛과 구름의 흐름만이라도 느끼고 싶었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걷는 일이 이렇게 소중한지, 친구와 웃고 떠드는 시간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평범하게 여겼던 하루가 사실은 가장 귀한 선물이었음을요. 병실 밖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바쁜 일상, 활기찬 웃음소리가 꿈처럼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매일 창 너머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고, 햇살은 병실 안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까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마음이 살아나자 풍경은 위로와 희망이 되어 스며들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깨달았습니다. 자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숨 쉬고 걸으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하루를 받아들이고 작은 순간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이미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마주한 하늘은 제게 희망의 창이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지금도, 그때 바라본 하늘과 마음은 제 안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매일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오늘 하루를 감사히 살자. 다시 주어진 이 삶을 소중히 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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