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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꺼내는 것이 두렵지 않기를

발표 기회를 많이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by 북장

'틀려도 괜찮아'

어쩌면 이 말은 아이들이 아니라 내게 들려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자식이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모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남의 자식들을 대하는 교사로서의 흔들리는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해.


이 날의 책모임을 정리하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담임선생님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틀려도 괜찮아'에 나오는 선생님이 우리 담임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걱정과 기대가 마음 한가득이다.

아이들이 만날 선생님과 행복한 기억들로 학교에서의 시간을 가득 채워 나갈 수 있기를.

내가 만났고, 만날 아이들이 나와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들로 남길 수 있기를.






우리의 독서모임은 역시나 만나면 뛰어노는 것부터 시작이다.

요즘 한창 빠져 있는 관심사를 온몸으로 드러내며 축구를 한 판 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 기억하마. 현수 너, 이모 상대로 할리우드 액션이 너무 과해.


도서관에 가는 것인지 놀이터에 가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는 재잘거리는 발걸음에 나만 긴장된다.

입장과 동시에 도서 검색대 돌진이라니.

취향이 확고한 분들을 회원으로 모시고 있는 듯하다.

두 분 회원님들의 키워드는 '메시, 호날두, 네이마르, 음바페, 황희찬, 손흥민, 축구'.

늦게 오는 소민이를 위해 '파충류'를 검색하여 소민이 취향의 책 한 권을 준비해 준다.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는 듯한 그 행동에 어른은 감동 한 스푼 살짝 맛보았다.

책을 찾아들고 2층 한적한 자리에 앉아 각자의 책을 읽으며 기다림을 채운다.

아니, 두 분은 책을 훑어보며 축구 이야기를 하느라 나 혼자만 동떨어진 시간이었구나.







표지의 그림을 살펴보며 질문을 던진다.

이번 모임은 발표 경험의 기분과 관련된 질문으로 미리 준비해 두었었다.

예상과 다른 반응으로 질문의 반이 날아가 버렸지만.

"제목에 있는 '틀려도 괜찮아'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에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하는 말이요."


"너희들도 이 말을 선생님에게 듣고 싶니?"

"아니요. 전 다 맞을 거니까 어차피 안 들어요."

"안 틀리면 되잖아요."

"소민이는 괜찮다는 말 듣고 싶어요."


너희들 너무 자신만만한데.

당당하게 안 틀리면 된다고 말하다니 할 말이 없어지잖아.

소민아, 그 말해줘서 고마워.



"표지 그림에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혹시 이 중에 나랑 닮았다고 생각되는 아이가 있어?"

"에이, 없어요."

"아냐, 여기 너 있어. 노란 티 입었잖아."

"여기에는 여자가 없는 거 같아요."

"여기 봐봐. 뽀글머리 파마한 여자애 있어. 근데 너랑은 안 닮았다."


예상 못한 톡톡 튀는 반응에 재미도 있으면서 진행자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저학년 담임의 연속으로 조금은 익숙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것.




아이들이 이번에는 책을 다 읽어온지라 책의 말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로 조금씩 바꾸며 읽어줬다.

그랬더니 현수가 틀린 부분을 바로 짚어주며 아는 척을 한다.

"'두려워져'. '두려워지는 거야' 아니고 '두려워져'."

"이모, 왜 자꾸 바꿔서 읽어요?"

"이모가 진짜 말하는 것처럼 읽다 보니 그렇게 되네. 이해해 줘."



책을 읽어주는 중간중간에도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이 나한테 발표를 시키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내가 제일 처음에 발표하면 신나죠."

"맞아. 선생님이 나부터 시켜줬으면 좋겠어."

"발표하는 거 재밌어요.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면 완전 좋아요."


"책에서는 선생님이 발표를 시켰을 때 아이의 기분이 어떤 거 같아?"

"얘는 발표가 싫은가 봐."

"긴장되나 보다. 왜 그러지?"

"부끄러운 거 아니야? 부끄러울 수 있어. 나도 친구들 앞에서 공연할 때는 부끄러워."

"발표 못 하는 건 싫어. 나만 발표 못하면 엄청 속상해. 저번에 나부터 다음날 발표하라고 해서 나 삐졌단 말이야."


"너희는 이 친구처럼 이런 기분을 느낀 적 없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발표를 왜 무서워해요? 발표 재밌는 건데."

"난 학교 가서 발표 많이 할 거야."



너희들의 자신감 충만한 모습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감사하구나.

아이들은 발표할 때 속상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듯 해맑게 긍정적인 경험만을 이야기했다.

오히려 발표를 하지 못해 속상했다니 기대 이상의 대견한 모습이지 않은가.


역시나 초등학교 입학을 맞이한 부모의 괜한 기우였구나.

아이들은 분명 학교 생활에 아주 잘 적응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은 유치원에서의 반복된 교육으로 인해 나타난 것일 거라는 사실과 감사한 마음을 떠올린다.

세 명 중 누구 하나 발표에 거부감과 긴장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이고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은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발표 경험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환경에서 천천히 쌓여가는 역량이다.

아이들은 그 역량의 씨앗을 이미 발아시키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쌓아온 그 시간들이 초등학교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돋아난 새싹이 튼튼하게 줄기와 잎을 뻗어나갈 수 있기를.



아이들과 함께 채워나갈 독서모임의 이야기 주머니들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아침이다.

생각을 꺼내는 것이 두렵지 않기를 누

생각을 꺼내는 것이 두렵지ㅁㄴ 않기를생각을 꺼내는 것이 두렵지 않기를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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