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모르겠고 노는 게 좋아요
햇살만큼 아이들의 설레는 미소가 따뜻했던 날이다.
아이들의 첫 번째 독서모임을 위해 유치원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졸업식 전날인 만큼 아이들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해맑게 뛰어내려왔다.
이번주 '학교 처음 가는 날'을 읽어봤느냐 물으니 딸아이 말고는 안 읽어봤단다.
책은 안 읽었으면 읽어주면 되고 들려주면 되고 이야기 나누면 된다.
"내일이 졸업식이잖아. 기분이 어때?"
"싫어요. 학교 가면 수업을 2시간이나 해야 되잖아요."
"나도 싫어. 졸업하고 입학할 때까지 친구들이랑 못 놀잖아."
"야, 괜찮아. 입학만 하면 우리 맨날 놀 수 있어."
이 녀석들, 졸업의 의미가 아직은 가슴 깊이 다가오지 않는 나이로군.
"학교 처음 갈 때 기분이 어떨 거 같아?"
"우리 셋이 같은 반 되면 좋겠다."
"입학식날은 공부 안 한대. 입학식만 40분 정도 하면 끝날거래."
왜 자꾸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지.
"우리 도서관, 학교 중에 어디를 갈까?"
"학교 가요! 우리 학교에 축구장 진짜 넓다."
"현수는 첫째, 소민이는 둘째, 난 셋째."
"난 16살이야!"
"그럼 소민이는 8살 어때?"
"난 3살. 현수는 부설중학교, 소민이는 부설초등학교, 나는 부설어린이집이다."
우리 명색이 독서모임인데.
아이들이 입학할 학교로 운전대를 돌리며 길을 살펴보게 한다.
"너희는 등교할 때 뭐 타고 갈거야?"
"현수랑 소민이는 당연히 차지."
"주혜는 엄마랑 걸어가기로 했지? 엄청 힘들겠다."
"엄마, 나도 차 타고 가면 안 돼?"
"우리 아침에 운동 삼아 걸어 다니자."
"차 타고 가면 3~5분인데, 걸으면 10~15분 걸리겠네."
너네 대화가 너무 지극한 현실과 엉뚱한 상상을 오가는 것 같구나.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을 운동장을 향해 달려 나간다.
"여기 선수들이 뛰는 축구경기장 같아."
"우리 축구하자!"
"소민이는 축구하기 싫어."
"얘들아, 우리 학교부터 둘러볼까?"
놀이터에서 잡기놀이를 하다가 버섯도리 놀이를 만들어낸다.
"이거 꼭 버섯도리 합체하는 것 같다."
"아빠가 엉덩이로 번개 쏘는 거!"
"동그라미 아래에 엉덩이를 넣고 번개! 번개! 너무 웃겨."
자기들끼리 까르르 까르르.
우당탕탕 뛰어다닌 덕분에 아이들의 무릎은 금방 흙으로 색칠되었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 충전을 핑계로 카페로 갔다.
솔직히 아이들은 에너지 충전이 필요없고 내가 당 충전이 필요했을 뿐.
잔디밭이 있는 카페였으면 좋겠다는 예비초등 손님들의 의견에 카페를 검색하여 출발하였다.
아이스티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불멍 세트와 마시멜로를 추가하였다.
캠핑을 자주 다닌 현수가 모닥불의 불 조절하는 것을 코치해 줬다.
"바람이 불어서 세진 거니까 지나면 가라앉을 거예요."
"불이 너무 줄면 나무 조금씩만 넣으면 불 올라와요."
"마시멜로는 살짝 태운 게 맛있어요."
경험한 만큼 안다고 쓰는 어휘도 캠퍼다운 말을 쓰는구나.
불냄새가 온몸에 배겨 움직일 때마다 탄 냄새가 올라올 때까지 아이들은 잔디밭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오늘 하루가 검댕이, 흙, 잔디로 아이들의 몸에 흔적처럼 남았다.
우린 분명 오늘 독서모임으로 모였는데.
아이들에게는 실컷 논 기억 밖에 안 남겠지?
괜찮다, 아이들의 말을 기록으로 남기면 되니까.
괜찮다, 우리의 만남이 즐겁게 기억으로 남으면 되니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