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내가 교사이길 정말 잘했다."
항상 뽀글거리는 짧은 머리를 하고 시장 카트를 끌며 늘 같은 길을 힘차게 걸으시는 이종숙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에게 가정 선생님, 3학년 1반 담임선생님, 연극부 담당선생님이자 밥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친구들과의 모임 중 '별의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임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함께 연극을 했던 친구들, 동생들과 이어진 모임이다.
'별의별'이라는 이름은 어쩌다가 만들어진 거였더라.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우리의 만남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딱 하나,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이 모임의 시작이 중학교 연극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극부에는 두 명의 선생님이 계셨다.
우리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연극을 지도해 주신 안영진 선생님.
묵묵히 연습을 지켜봐 주시며 뒷바라지를 해주신 이종숙 선생님.
교사로서 생활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교사의 입장으로 그때를 되돌아보면 쉽지 않은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연극부 학생들은 대회를 나가기 위해 연극 한 편을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을 연습에 매달려야 했다.
모두가 학교를 빠져나가고 난 뒤에도 깜깜한 밤을 맞으며 연습했고, 여름방학에도 매일같이 모여 호흡을 맞춰야 했다.
그 긴 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연습공간과 밥이었다.
그 뒷바라지를 이종숙 선생님께서 해 주셨다.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쓰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더군다나 매일같이 급식실에 남은 음식을 챙겨주십사 부탁하고 부족한 음식은 손수 만들어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이는 것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때의 감정이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만든 감정."
선생님 말씀이 맞다.
우리에게는 그 시절에 대한 행복한 감정이 가득 남아있다.
선생님이 주신 밥의 감정이다.
"우리 똥강아지들."
애정을 담아 부른 그 말을 우린 기억한다.
그리고 그 말에 담긴 사랑을 우리도 입에 담는다.
다음번에는 더 많은 친구들과 모여 선생님을 모시고 싶다.
이제는 다들 자신의 일, 가정, 아이들을 가진 책임의 어른이 되어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만나자는 마음은 항상 입 언저리까지 나와있는 우리들이니까.
곧 왁자지껄하게 그 시절 밥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