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말다툼, 최애 아이돌 자랑타임
최애 아이돌, 어쩌면 그녀와 나의 세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명제일지도.
'누가 더 최고냐'에 정답은 없지만 세월은 있다.
요즘 우리 가족은 강제 기상송으로 '2023 god 콘서트 마스터피스 셋리스트'를 듣고 있다.
몇 년 만에 가는 것인지라 응원법과 따라 부를 노래를 상기시켜야 하는 엄마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엄마로 인해 그녀의 기상송이 바뀐 것이다.
원래라면 아이브나 르세라핌의 노래를 듣고 있었을 그녀인데.
지오디 노래를 듣고, 지오디 영상을 보고, 지오디 오빠들(그녀에게는 아저씨지만)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나 보다.
어느 날 뜬금없이 아이브와 르세라핌 자랑을 던지는 그녀다.
"아이브는 초통령이다!"
"우리 오빠들은 국민가수거든."
"아이브 콘서트 했다!"
"우리 지오디는 100회 콘서트도 했고 매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콘서트 하거든."
"아이브 막내 이서는 중학교 때 데뷔했다!"
"우리 오빠들은 데뷔한 지 벌써 25주년이거든."
"르세라핌 멤버들 나라는 다 다르다!"
"쭌이오빠랑 데니오빠도 국적은 미국이거든."
"아이브랑 르세라핌은 아이즈원도 했었다!"
"우리 오빠들 영화배우에 뮤지컬배우에 기획사 대표도 했거든."
"칫,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거잖아!"
"아이브랑 르세라핌이 20년 뒤에도 아이돌가수를 하고 있을까?"
"..."
참 유치뽕짝이다.
데뷔한 지 이삼 년 된 아이돌과 이십오 년 된 아이돌을 비교하고 서로 자랑하는 것 자체가.
그런데 그만큼 지오디의 역사와 걸어온 길, 세월을 말해줬다고 느꼈다.
딸아이의 최애들에는 아직 '우리'가 안 붙어있다.
'우리'라는 말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쌓아 올린 공동체 추억으로 붙는 단어이다.
딸아이의 최애들에는 아직 '언니'가 안 붙어있다.
'언니, 오빠'라는 말은 정말 내 일상과 친근해져야 붙는 단어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지오디 오빠들이 짱이다!
"엄마, 나도 지오디 콘서트 갈래."
"어머, 이미 티켓 예매해 놔서 너랑 같이 가려면 뒤쪽 좌석으로 다시 예매해야 하는데."
"나도 가면 안 돼?"
"콘서트 가면 3시간은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어."
"그럼 안 갈래. 그런데 아이브 콘서트는 가도 돼?"
"네가 가고 싶다고 하면 다음에 네 거 티켓팅해 줄게."
"혼자 말고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
"그래. 같이 가자."
음악은 과거로 돌아가는 힘이 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지오디의 음악을 매개로 그때그때의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음악이 꼭 과거로만 추억을 채워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너와 내가 함께 듣고 있는 노래들이 현재의 우리를 새롭게 채우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딸아이는 '애수'의 노랫말을 자기 나름의 멜로디로 흥얼거리고 있다.
"난 아직도 그대를 잊지 못해 오늘도 그댈 찾아 이 거리를 헤매"
역시 노랫말 하나는 완벽하게 외우는 그녀다.
엄마는 '배디'의 멜로디를 자기 나름의 노랫말로 흥얼거리고 있다.
"아머 배디 배디디디디"
역시 멜로디만 외우고 노랫말은 엉망으로 외우는 나다.
그나저나 이 꼴을 계속 봐야할 남편이 걱정인데.
남편, 우리 콘서트 보내주려면 돈 열심히 벌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