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질하기 좋은 날들

사회 변화와 팬질의 상관관계

by 북장

god 콘서트가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공연이 모두 끝났다.

참 신기하게도 공연이 끝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인스타와 유튜브, 블로그에 수많은 영상이 올라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콘서트 후기들을 찾아보며 두 손 모아 오빠들을 보았다.

이렇게 빠르고 편하게 오빠들 소식을 듣고 공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라떼는 말이야.

콘서트를 못 보면 그걸로 끝, 콘서트 테이프나 DVD라도 사야 겨우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정해진 방송 시간을 놓치면 다시 보기가 힘들어 기를 쓰고 녹화해서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오빠들과 관련된 사소한 TMI 하나라도 알려면 잡지를 보거나 팬카페 활동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신기한 게 참 많아졌다.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오빠들이 인스타 라이브를 켰다.

12월 31일의 밤,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 한마디씩 해주는 오빠들을 보며 보내야 하는 시간인데 붙잡고 싶어졌다.

데니 오빠가 "내가 꺼? 끈다. 진짜 끈다."라며 버튼을 찾아 허공을 휘젓는 손이 진짜 말 그대로 라이브다.

인스타를 하면서도 라이브 기능을 오빠들과의 소통으로 쓸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한 나는 팬질의 업데이트를 얼마나 놓치고 있던 걸까.


또 다른 소식도 알게 됐다.

'god's MASTERPIECE the Movie' 콘서트 실황 영화를 CGV에서 상영한단다.

그게 무엇인가 하고 찾아보니 콘서트의 열기를 스크린에 담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한다.

예전에 판매하던 콘서트 실황 DVD를 영화관으로 옮긴 건가 보다.

왜 영화 형식으로 바꿨을까 생각해 보니 영화관이라는 환경이 변화에 큰 몫을 했겠구나 싶다.

큰 스크린과 빵빵한 음향, 한 마음으로 모인 팬들.

이 세 박자가 맞아떨어져서 혼자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른 에너지가 나올 것이라 예상이 된다.

진짜 콘서트 같은 느낌은 아닐지라도 콘서트 티켓값에 비해 저렴한 금액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가 싱어롱 관이라는 게 따로 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떼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조용히 눈과 귀로만 관람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니 진짜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색다른 기회를 오빠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즐길 각오가 불타오른다.


오빠들 근황을 살펴보다 보니 버블이라는 게 있단다.

버블은 또 무엇인가 하니 최애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를 지향하는 앱이라고 한다.

실제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1대 1로 대화를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우리 오빠가 사진과 동영상도 보내주고, 음성도 보내주고, 노래도 추천해 주고, 내 물음에 답도 하면서 일상대화를 하는 느낌을 준다니 바로 앱을 찾아본다.

매월 구독료 4,500원.

처음 접하는 문물에 확신이 서질 않아 선뜻 구독료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최근까지 팬질을 열성적으로 해온 셋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한 달 구독하고 해지했단다.

"그거 애들마다 달라서 열심히 답 해주는 애도 있고 아닌 애도 있어."

우리 오빠들은 어떨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면서 일단 한 달만 구독해 보자 마음먹고 구독을 질렀다.

띠링, 얼마 지나지 않아 데니오빠에게 첫 메시지가 왔다.

"회식하느라 이제 보낸다~~이번 공연 진짜 최고였어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같이 재미난 한해 보자~~모두 소중해~~"

'오빠들 콘서트 끝나고 회식했구나. 1월 1일을 다 같이 맞이했구나. 오빠한테 새해 덕담을 듣다니 이게 무슨 행운이야. 그래, 이러려고 이 타이밍에 가입한거지. 정말 행복해.'



사춘기 소녀였던 내가, 갓 성인이 된 내가 팬질할 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서 '참 좋았던 날'이었구나 싶다.

요즘 오빠들과 팬들의 활발한 소통 모습, 다양한 팬 활동을 떠올린다.

오빠와 내가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괜히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바로 오늘이 참 팬질하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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